뜨거웠던 조훈현ㆍ이창호 사제의 313번째 승부

도남관광단지 조훈현vs이창호 레전드 매치
이창호 9단, 스승 조훈현 9단에게 대역전승

(한게임바둑=한창규 기자)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맞대결 횟수를 갖고 있는 두 사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우승 횟수 1, 2위를 자랑하는 두 사람.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강한 사제지간.

바둑의 전설로 불리는 두 사람, '바둑황제' 조훈현 9단과 '바둑국보' 이창호 9단이 모처럼 반상 만남을 가졌다. 스승 조훈현 9단이 국회에 입성하면서 뜸했던 사제는 지난 9월 전자랜드 라이벌 대전을 통해 4년 8개월 만에 재회한 데 이어 통영에서 또 한 번 마주했다.

"지금이라면 이창호 9단을 내제자로 안 받겠죠(웃음)"라는 조훈현 9단.

통산 313번째 대전. 통영시가 주최하고 한국기원과 통영시바둑협회가 주관한 사제대결은 15일 오후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의 특설대국장에서 '통영 도남관광단지 조훈현vs이창호 레전드 매치'로 진행됐다.

제한시간 1시간, 초읽기 1분 3회로 벌인 대국은 3시간 10분, 175수까지 이어졌다. 분위기는 예전에 타이틀전을 벌였을 때와 흡사했다. 진중했다. 조훈현 9단의 혼잣말도 바둑판에 돌이 쌓여가는 만큼 늘어갔다. 공히 마지막 초읽기로 싸웠다.

이창호 9단이 165로 붙였을 때 조훈현 9단은 후속수인 169를 보지 못했다. 170은 최종 패착. 이때라도 A로 받았으면 우세했다.

흑이 ▲로 붙였을 때 백1로 찝었으면 96% 이상의 승률.

내용적으로도 풍성했던 바둑은 초읽기가 시작되면서 중요한 승부처를 맞았다. 그 장면에서 조훈현 9단이 우위에 섰다. 조훈현 9단의 몇 수는 인공지능이 두라는 데만 두었다.

대국시간이 길어지고 초읽기에 몰린 시간이 오래되면서 흔들림이 일어났다. 종료 3분 전, 종국 5수 전에 사실상의 첫 역전을 당하면서 우르르 무너졌다. 조훈현 9단이 실착을 두었고 이창호 9단이 정확하게 응징하자 '못 보았다'는 스승의 제스처.

"바둑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적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신진서에게 자꾸 졌을 때 바둑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고 했다는) 변상일 선수에 비하면 엄청 적었고요"라는 이창호 9단.

연속된 착각으로 승부가 뒤집히자 "줄곧 전성기 때 조훈현 9단이었으나 막판에 현재 조훈현 9단의 착각이 나왔다"는 K바둑 안형준 해설자. 상대전적은 조훈현 9단이 119승, 이창호 9단이 194승.

"포석이 괜찮았고 중반에 분명히 좋을 때가 있었는데 역시 초읽기에 몰리니까 수가 안 보인다. 요새 하도 바둑을 안 두어서 실전에 약하다. 종반까지 간 것도 다행이다"라는 조훈현 9단, "공격을 잘 해보고 싶었는데 역시 잘 안 되어서 많이 안 좋았다"는 이창호 9단의 국후 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