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신용점수제, 내년 모든 금융권에 적용

신용점수제, 내년 모든 금융권에 적용 "240만명 대출금리 연 1%P 내려갈 것"
김은성 기자 [email protected]

신용평점(신용점수)이 664점인 ㄱ씨는 신용등급 기준으로 7등급(600~664점)에 해당한다. 단 1점이 부족해 6등급 문턱에서 떨어졌지만 신용점수만 보면 6등급에 더 가깝다. 하지만 ㄱ씨는 현행 신용평가체계상 7등급으로 분류돼 대부업체에서 연 21%의 고금리로 돈을 빌려야 했다.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면 이자도 많이 내야 하지만 신용등급이 한 단계 더 내려가 저신용 굴레에 빠지게 된다.

ㄱ씨 상황과 같은 ‘금리절벽’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신용점수제가 전 금융권에 도입된다. 신용등급제가 신용점수제로 바뀌면 ㄱ씨는 6등급 대우를 받아 연 19%대 금리로 저축은행 같은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리도 낮추고 개인의 신용 하락도 막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5일 신용등급 점수제 전환을 위한 전담팀을 발족하고 내년부터 은행과 보험·금융투자·여신전문금융사 등 모든 금융권에서 신용등급 대신 신용점수를 활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1월 발표한 ‘개인신용평가체계 종합 개선방안’의 후속 조치로, 불합리한 개인신용평가 관행을 개선해 평가의 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신용점수제가 도입되면 ㄱ씨처럼 신용등급 커트라인에 걸려 신용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던 240만여명의 금리가 연 1%포인트 정도 내려갈 것으로 금융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신용등급제는 개인 신용등급을 1~10등급으로 나눠 여신 심사와 대출금리 결정에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300만~1000만명에 이르는 개인들이 동일한 신용등급을 적용받고 있다. 이 방식은 개인의 신용을 등급으로만 평가하다 보니 등급 간 문턱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예컨대 7등급 상위에 있는 개인과 6등급 하위에 있는 개인 간 신용점수가 큰 차이가 없음에도 대출심사 때는 격차 이상의 큰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제도권 금융회사가 통상 6등급까지만 대출을 해주는 경우가 많아 7등급부터는 고금리를 내는 대부업체나 비제도권 금융사로 내몰려야 했다.

신용점수제(1~1000점)가 도입되면 신용평가사(CB)는 신용점수만 제공하고 금융회사가 이를 토대로 리스크 전략 등을 감안해 자체적인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한다. 대출 유형 등 개인별 특성을 반영하면 신용평가가 더 세밀해져 신용등급 간 문턱이 줄어들게 된다고 금융당국은 설명했다. 같은 신용등급으로 분류됐던 개인들 사이에서도 신용점수나 금융사별 자체 평가에 따른 차별화가 가능해진다. 같은 등급이어도 고득점자나 대출 유형 등에 따라 더 유리한 조건에서 대출을 받게 되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용점수제가 도입되면 현재 CB사 신용등급을 활용하는 여신 승인이나 기한 연장 심사, 금리 결정 등에서 세분화가 가능해 고객들이 금융사로부터 차별화된 대우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발족한 전담팀은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마련된 금융 관련 법령과 서민금융상품, 공공기관 규정 등을 개정하고 점수제 전환에 따른 소비자 불편을 완화하는 보완책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