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포츠 독점 중계’ 사활 거는 OTT…“보장된 수요, 적자 해소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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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독점 중계’ 사활 거는 OTT…“보장된 수요, 적자 해소 기여”
수정 2024-03-04 10:58 등록 2024-03-04 08:00

자체 콘텐츠 경쟁 약했던 쿠팡플레이
유럽축구, MLB 등 스포츠 중계 덕 ‘2위’
티빙도 3년간 프로야구 온라인 중계
적자늪 OTT엔 활로지만 유료화 불만도

오는 20일과 21일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미국프로야구(MLB∙엠엘비) 개막 2연전 관람의 중요한 조건은 뭘까? 선수 이름 알기? 엠엘비 역사 훑기? 아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오티티) 쿠팡플레이 유료회원제인 와우 회원 가입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엠엘비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는 대회 주관중계권사인 쿠팡플레이 독점 중계로 유료회원만 볼 수 있다. 두 차례 티켓 예매 또한 회원만 가능했다. “시청권 제한”이라는 비판이 강한데 “회원 혜택은 당연한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최근 오티티 시장에 불어닥친 스포츠 중계권 확보 열풍이 가져온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오티티들이 오리지널 드라마에 이어 스포츠 독점 중계를 새 수익모델로 내세우면서 오티티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쿠팡플레이다. 내부에 스포츠 전담팀까지 두고 인기 스포츠 리그 중계권을 확보해왔다. 2021년 손흥민이 나오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경기를 비롯해 2022년부터 외국 축구 명문팀 초청 친선 경기인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선보였고, 지난달 12일에는 미국프로미식축구 슈퍼볼도 독점 중계했다. 지난해에 이어 지난 1일 국내 프로 축구 케이(K)리그 중계도 시작했고, 프랑스 리그1,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중계권도 갖고 있다.

테니스, 격투기, 유럽 축구 등을 중계한 티빙은 23일 개막하는 한국프로야구(KBO∙케이비오) 리그 뉴미디어 중계권을 확보하면서 판을 뒤집을 기세다. 2026년까지 연간 계약금 약 400억원으로 지난해까지 중계했던 네이버를 제쳤다. 케이비오 리그 중계권은 티브이와 온라인에 따로 판매해 지상파 3사와 5개 스포츠채널에서도 방영한다. 온라인에서는 티빙에서만 볼 수 있다. 티빙 모회사인 씨제이이엔엠(CJ ENM) 관계자는 “야구를 중심으로 오리지널 콘텐츠가 받쳐준다면 하반기 토종 오티티 1위는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애플티브이플러스가 2032년까지 미국프로축구를 중계하고, 넷플릭스가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 인기 프로그램 ‘로우’를 2025년부터 10년간 중계하는 등 외국에서도 오티티 독점 중계 경쟁이 뜨겁다.

스포츠 중계는 적자 누적 등으로 위기에 빠진 오티티들한텐 구원투수 같은 존재다. 오티티 관계자는 “오리지널 드라마 경쟁에서 가장 부진했던 쿠팡플레이가 현재 오티티 순위 2위까지 오르는 등 스포츠 독점 중계로 빠르게 성장한 것이 변화를 이끌었다”고 했다. 쿠팡플레이는 2022년 토트넘 경기 중계 당일 애플리케이션 신규 설치가 45만건 발생하는 등 꾸준히 이용자가 늘었다. 지난해 8월 처음으로 티빙을 제치고 오티티 사용자 순위 2위를 차지했다. 앱 분석 서비스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전 경기를 중계한 쿠팡플레이 1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778만명으로 전달 대비 7.7% 뛰었다. 한국 경기만 중계한 티빙도 656만명으로 12.6% 증가했다. 두 오티티 모두 1월 한 달간 앱 이용자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티빙 관계자는 “스포츠 중계는 실시간으로 보기 때문에 반응이 즉각적이고 폭발력이 있다”고 했다. 스포츠 중계는 오티티 입장에선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가장 골칫거리인 구독 중단을 막으려면 좋은 콘텐츠를 꾸준히 공급해야 하는데, 제작비 수백억원 드라마를 줄기차게 선보일 수 없는 상황인데다, 성공 보장도 없다. 스포츠는 팬층이 두텁고 충성 시청자들이 존재해 수요가 보장된 시장이다. 시즌 종료 전에는 서비스를 해지할 가능성도 작다는 점에서 신규 유입과 록인(가두기) 효과 가능성이 높다. 스포츠채널 관계자는 “야구는 시즌이 길어서 다 보려면 1년 가까이 구독해야 한다”며 “티빙 연간 중계료 400억원은 오티티 드라마 한편 제작비 정도”라고 했다.

젊은 팬 이탈과 수익성 악화로 고민하던 스포츠 업계와 윈윈도 된다. 케이리그는 쿠팡플레이가 전 경기를 중계한 지난해 2018년 이후 처음으로 3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케이비오와 티빙이 기대하는 것도 프로야구 활성화다. 케이비오 관계자는 “티빙이 네이버가 금지했던 경기 영상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을 허용하면서 소셜미디어(SNS)가 놀이터인 젊은 세대들이 야구에 관심이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료 오티티가 주는 거부감과 불편함은 존재한다. 온라인으로 축구와 야구를 보려면 쿠팡플레이와 티빙에 모두 가입해야 한다. 소외 계층을 향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불거지고 있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스포츠는 대중들에게 일상 속에서 희망과 재미를 주는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며 시청권 제한을 우려했다. 프로야구 구단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한 리그를 요일별로 나눠 중계하는 게 일반적이고 스포츠 전문 오티티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도 머지 않았다. 변화에 발맞추면서 현실적으로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