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삼성이 출시 2개월만에 갤럭시S9+ 가격 내린 이유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9+(플러스) 256GB 제품의 가격을 인하했습니다. 출시된지 2개월밖에 안된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출고가가 인하된 것은 이례적인 결정입니다.


갤럭시S9+는 삼성전자가 3월 16일 출시한 제품으로 기존 출고가는 115만5000원입니다. 역대 갤럭시S 시리즈 중 최고가 제품입니다. 삼성전자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와 협의해 제품 출시 채 두 달만에 7만7000원을 인하한 107만8000원에 제품을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스마트폰 구매 시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공시지원금도 올랐습니다. SK텔레콤은 11만원대 요금제로 갤럭시S9+를 구입할 경우 27만원을 지원합니다. 이는 3월 갤럭시S9+가 출시됐을 때 책정됐던 공시지원금 23만7000원과 비교하면 3만3000원 늘어난 것입니다.

LG유플러스도 8만8000원 요금제에 지원금을 21만2000원에서 27만3000원으로 올렸습니다. KT는 출고가를 인하하지 않았지만 4월 지원금을 최대 35만원으로 인상했습니다.

◇ IM사업본부 실적은 좋았지만...이통사는 재고 늘어

통신,제조업계에서는 갤럭시S9+의 부진이 출고가 인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삼성전자 의 1분기 IM(인터넷모바일) 사업본부 실적이 나쁘지 않은데 무슨 소리냐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1분기 실적이 좋았던 것이 오히려 이통사에 독이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1분기 IM부문은 매출 28조4500억원, 영업이익 3조77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9과 갤럭시S9플러스의 출시가 전작보다 빨랐고, 갤럭시S8 등 기존 모델의 견조한 판매로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분기 대비 증가하며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갤럭시S9시리즈 판매가 성공했다고 평가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 갤럭시S9시리즈는 갤럭시S8시리즈와 비교해 부진한 개통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갤럭시S9시리즈는 3월 출시 후 두달간 70만7000대쯤이 개통됐습니다. 일평균 판매량은 1만6400대쯤 됩니다. 3월에는 47만6000대가 판매됐지만 4월에는 23만1000대로 판매량이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이는 전작인 갤럭시S8시리즈가 출시 이후 2개월 동안 98만1000여대가 판매된 것과 비교하면 28만대 이상 감소한 결과입니다.

삼성전자의 1분기 IM부문 실적은 좋지만 그만큼 이통사가 단말기 판매 후 개통한 물량은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통사가 보유한 재고 물량이 그만큼 늘어난 셈입니다. 재고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이통사 입장에서는 가격이라도 낮춰 판매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삼성전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분기 실적을 높이기 위해 갤럭시S9시리즈를 무리하게 밀어냈다"며 "그 영향으로 삼성전자 2분기 실적은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는 4월 26일 개최한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갤럭시S9 판매량 전망에 대해 "플래그십 모델 판매 둔화가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 통신비 인하,LG G7 씽큐 출시도 이유

가계통신비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단말기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요구도 갤럭시S9+의 가격 인하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통사의 통신비 청구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는 매달 소비자가 지불하는 단말기 구매비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이통사 측이 통신비 원가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는데요, 국회에서는 통신비 인하를 위해 단말기 원가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을 합니다. 삼성전자나 이통사 입장에서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되는 국산 휴대폰 중 최고가를 달리는 갤럭시S9+의 가격을 낮춤으로써 이런 압박에서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경쟁사인 LG전자가 G7 씽큐를 선보인 것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힙니다. LG전자 스마트폰 판매량과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은 최근 실적을 보면 비교 대상이 아닙니다만, 국내외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변수가 많기 때문에 LG전자의 신제품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1년전 유통시장에서는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2017년 3월 LG전자의 G6가 흥행 조짐을 보이자 휴대폰 유통가에 갤럭시S7이 공짜로 풀린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당시 갤럭시S7 출고가를 인하했고, 이통사는 공시지원금과 각종 카드혜택을 더하며 소비자의 눈이 갤럭시S7에 쏠리도록 유도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신도림 테크노마트 등 스마트폰 유통 집단상가에는 소비자에게 갤럭시S7를 한 대라도 더 팔기 위한 호객 행위가 상당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제조업계 한 관계자는 "2017년 당시 갤럭시S7 출고가가 인하되면서 LG G6 흥행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이례적으로 갤럭시S9+ 가격이 낮아진 것도 지난해의 사례를 고려할 때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