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BEASTS CLAWING AT STRAWS, 2018

별  ★★★

 오랜만에 좋은 한국 상업영화를 본것 같습니다. 아니면 제가 한국영화에 조금 유해진것인지 모르겠네요. 돈때문에 물고물리는 관계가 옴니버스 형식처럼 진행되다가 합쳐집니다. 평택이 배경입니다. 처음엔 세가지 스토리가 동시에 진행되는 바람에 어수선한 면이 있네요.

 한국영화의 고질병중 하나가 캐릭터가 배우에 고착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우성씨같은 경우 날라리스러운 면이있는데 진중한 외모덕에 신뢰감을 주는 외유내강 캐릭터로 많이 나오죠. <증인>이라는 영화는 꽤나 재밌게 보았습니다만, <신의 한수>, <아수라>, 그리고 이번 영화까지 연기의 스펙트럼이 조금 획일적이지 않나 싶었습니다. 뭐 그런것도 다 감안하고서 보긴하지만 아쉬운점중 하나랄까요.

 정만식 배우님도 정말 포스있게 나오셨네요. 범죄, 스릴러 장르에 나오니 물만난 고기 같으셨습니다. 외에 배성우 님, 윤여정 님, 전도연 님까지 캐릭터의 맛이 살아있었어요. 특히나 전도연 씨는 영화가 꽤 진행되고서야 나오는데 크러쉬적인 매력이 ㅎㄷㄷ했습니다. 저보다 스무살 가까이 많으시지만 결혼하자고 하면 고민없이 '네!'라고 했을지도요. 전도연 씨가 이 영화의 백미였다고 생각해요.

 장르적인 재미는 중간이상해주는 작품이었는데 스토리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었네요. 최근에 자본주의에 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요즘 돈을 흥청망청 쓰곤 하는데 과학과 산업이 발달하기 전까지 종교가 사람들을 지배했다면, 자본주의의 세계에선 자본이 종교이죠. 돈때문에 사람을 죽이고 싶은 마음, 돈때문에 사람답지 못한 사람들, 제목에 담긴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마음을 더 짙은 정서로 표현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네요. 장르영화에도 충분히 주제의식을 담을수 있는 방법들이 있으니까요. 요즘엔 그런 영화들이 드물죠. <곡성>정도가 공포에 저항하는 인간의 깊은 원형을 표현한 최근의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의 마지막 엔딩을 조금더 어른스럽게 표현할수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비틀어진 결말 자체가 클리셰할지라도 지금처럼 반쯤 열린결말이 아니었다면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완벽한 타인>에서 비슷한 기분을 느꼈는데 블랙코미디적인? 매력적인 작품들이 종종 보이는것 같습니다. 뭐 2000년대 2010년대에도 많았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액션이나 코미디 영화말고 달콤쌉싸름한 이런 영화들이 신선한 매력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