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읽었던 어떤 책에 보면 그랑블루라는 영화가 영적수준이 1,000점 만점에 1,000점이라는 글귀를 읽었던 적이 있다.
그 때 당시엔 왜 이 영화가 영적 수준이 이렇게 높은지 난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네이버에 어떤 사람이 남긴 리뷰를 보면 지루하고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라는 글이 있던데...
사실 본인도 그 때 당시에는 이 글에 상당히 공감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어느날 문득 얻은 심득이 있어 기억을 되짚어 보니 내가 참 무식하고 한심한 수준의 인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 왜 이 영화가 영적 수준이 높은지 알아보자.
이 영화는 친구이자 라이벌 관계인 두 잠수부의 이야기다.
영화를 본지 오래 되어서 기억이 잘 안나지만 암튼...
쥔공은 그런 친구를 라이벌로 생각하지도 않는 것 같지만 암튼 최고 기록을 위해 도전하던 친구는 무리한 잠수를 하다 결국 죽는다.
그런 친구의 마지막 부탁으로 깊은 바닷물 속으로 친구를 떠나보내는 쥔공...이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에서 말하는 바다는 하나의 영적인 세계 혹은 깨달음의 세계, 불교에서 말하는 열반의 세계로 표현되는 것 같다.
명상을 해보면 어느 순간 나도 없고 너도 없고 텅 빈 것 같은 그런 세상을 만날 수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공의 세계...
이런 세상은 말이나 글로 딱히 뭐라고 표현하기가 힘들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에 나오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말처럼, 텅 빈 것 같지만 뭔가 꽉 차있는 세계....
실제 잠수를 해서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거기엔 빛도 없이 어둡고 어두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마치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명상의 세계로 잠수해 들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물위의 세상은 삼라만상의 세상이다. 여친도 있고 물질적인 풍요가 있는 세상이다.
즉, 아상이 지배하는 세상, 이원성이 존재하는 세상. 에고가 존재하는 세상, 오온이 존재하는 세상이 바로 땅위의 세상이다.
바닷속 깊은 곳은 열반의 세상이고 땅위의 세상은 삼라만상이 존재하는 세상인 것이다.
마지막에 쥔공은 세상의 유혹을 뿌리치고 결국 깊고 깊은 바닷속으로 유영해 들어간다.
혹자는 쥔공의 여친이 불쌍하다고 하는데 이 역시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에서 볼 때이다.
석가 출가할 때 모든 것을 버리고 맨 몸으로 나왔듯...쥔공 역시 맨몸으로 바닷속으로 잠수해 들어간다.
그리고 결국 쥔공은 자신이 찾는 것을 찾게 된다.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세상을 말이다.
마음 속에 있는 세상이 아니라 마음 그 너머에 있는 세상....오감이 멈춘 곳, 생각이 멈춘 곳, 자아가 멈춘 곳, 에고가 멈춘 곳.
그곳을 말이다.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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