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신 산만하고 해서, 간만에 옛날 영화 리뷰 한번 써 봅니다.
몇가지 타당한 이유가 있지만, 그래도 마블 영화중 제일 마음에 드는 영화 '아이언맨3'입니다.
이 영화가 마음에드는 점은 바로 특유의 주제의식 때문입니다. 바로 '자아는 무엇으로 완성되는가?'하는 질문이죠.
영화속 토니스타크는 어벤저스 뉴욕사태 이전에, 말 그대로 거칠것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 뉴욕사태 이후 일종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되죠. 슈트를 입었을때 천하무적이지만 슈트속 토니스타크라는 사람 자체는 너무 보잘것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정서적 결함을 이겨내기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정말 많은 수의 슈트를 만들어내는 것이었죠. 그래서 영화 후반부에 슈트가 총 출동하는 하이라이트가 펼쳐지지만, 전체 스토리를 통해 그의 판단이 틀렸음을 보여줍니다.
영화속에서 토니가 겪는 정서적 괴리감은 그리 낯선것이 아닙니다. 보통사람들도 성장기에 자아정체성을 확립할 때 흔히 겪게 되죠. 나이먹고 정신 못차린 사람들도 여전히 겪는 문제지만요. '내가 누구인가?' '나를 규정하는 것은 무엇인가?'하는 질문입니다.
이부분에 있어서, 특히 외형의 내면의 자아가 괴리감을 느끼게 되면 사람들은 더 혼돈을 느끼죠. 둘중 어느게 자아를 규정하는 존재인지 확립해야 하고, 토니는 아이언맨 3에서 그걸 해냅니다.
영화는 슈트 만들기에 집착하던 토니가 슈트가 개박살나는 상황을 겪고, 슈트 없이도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집어 넣습니다. 거기서 토니 스스로도 껍데기가 없어도 문제를 해결할수 있게 됩니다. 즉 영웅으로서 자아정체감은 껍데기 슈트가 아닌 그속에 들어있는 나 자신임을 깨닳아갑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슈트들을 다 박살내게 되죠. 슈트가 없어도 그는 영웅으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으니까요.
토니의 그런 모습은 이후 마블 영화에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시빌워에서 슈트 없이도 윈터솔저에게 덤비는 모습이라던가, 특히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피터파커의 멘토가 되었을때 더욱 확실히 말하죠. 슈트 없이도 문제를 해결할수 있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슈트를 가질 자격이 없다는 말을 하는데 아이언맨 3 사건 이후 성숙한 그의 모습을 볼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영화의 모든점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특히 만다린 캐릭터를 그런식으로 소모해 버린건 아쉬운 부분이에요. 마지막에 페퍼가 갑자기 능력을 얻게 된다던가. 하지만 오락성을 잃지 않으면서 뚜렷한 주제의식과 캐릭터의 성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좋아합니다.
요즘도 인생이 풀리지 않을 때마다 계속 고민하는 질문이거든요. 내가 누군지, 나를 규정하는 정체성은 무엇인지.
그리고 껍데기가 사라지고 알맹이만 남은 내가 무엇을 할수 있는지 여전히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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