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게시판에 처음 쓴 글인데 읽으신 분도 많고 댓글도 많이 달려서 깜짝 놀랐네요.

혹시 궁금하신 분이 계실까봐 후일담(?) 같은 걸 추가해봅니다.

1. 정확하게는 620만원이라고 합니다.

첼로 550에 케이스가 70.
케이스는 카본 소재 어쩌구 하던데 가볍긴 가볍네요.
인터넷가 검색해보니까 엄청난 바가지를 쓴 것 같지는 않습니다.
뭐 소개해준 첼로 선생이 커미션으로 몇십 먹었겠지만
첼로 고르는 것 도와준 수고비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2. 와이프 돈(?)으로 산 거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와이프가 음악 선생님이어서요.
성과급 150에 방과후비 350, 거기에 곗돈 포함하면 대충 620 나오는 것 같아요.
결혼한 마당에 니돈 내돈 가리는 것도 웃기지만,
뭐 일년 수고해서 번 가욋돈이라고 저도, 와이프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돈을 전부 첼로 사는데 쓸 거라고는 저도, 와이프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말이에요. 

3. 300짜리 사려다다 충동적으로 600짜리 산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지금 와서 하는 얘기지만 속으로는 한 500까지는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한테 말을 안 해서 그렇지.

4. 와이프는 취미 이상의 각오로 첼로를 연습하고 있어요.

음악 선생님들이 다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와이프는 뭘 배우겠다는 욕심이 많아서
전공은 피아노지만 첼로 이전엔 플롯을 5년 정도 배웠고 합창단원으로 계속 활동하고 있습니다.
첼로는 올해부터 시작했구요.
와이프가 뭘 덜컥 사는 사람은 아니어서
플롯은 처음 구매한 30인지 50짜리 중고품을 5년동안 끼고 살았구요.
첼로는 악기 자체가 마음에 드는지 출근 전부터 연습하겠다고 꺼내드는 걸 아침시간이라 말린게 한 두 번이 아니에요.
학교에서도 쉬는 시간에 1,2시간씩 연습을 하는 것 같구요.
플롯을 배우고 나선 플롯으로 방과후 수업을 하고,
우쿨렐레 배워서 그걸로 또 방과후 하고,
첼로를 좀 더 연습해선 첼로로 또 방과후 할 것 같습니다.
방과후로 첼로값 메꿀려면 2년은 걸릴 듯 하지만...

5. 저 월 1000 아니에요.

장인어른이 부자도 아니구요. 여윳돈이 생긴 김에 무리해서 지른 거랍니다. 

6. 안타깝게도 전 물건에 큰 욕심이 없습니다.

넌 620 질렀으니까 난 하다못해 300이라도 지르겠다...
라고 말해도 될 것 같은 상황인데,
전 개인적으로 컴퓨터, 자동차, 자전거, 시계 등 사고 싶은게 딱히 없어서 이 좋은 기회를 그냥 날려먹게 생겼네요.
노트북은 안 그래도 사기로 맘먹고 있던 거였구요.
와이프에게 130짜리 이미 결제했다고 아직 말은 안 했는데, 와이프가 620 지른 후에도 말꺼내기가 십지 않네요.
이런 새가슴이라니... 

거금이 갑자기 나간 걸 너무 무덤덤하게 받아들여서 저 자신도 신기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년 수고한 돈으로 산거라 다음달 생활비가 빵꾸가 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사실 고생한 와이프에게 첼로를 선물했다는 기분도 아니에요.
필요한 물건 샀나보다, 생각할 따름이에요.
그 물건이 매달 필요한 게 아니라서 천만다행. 

600짜리 소리를 들었는데 300짜리를 사왔으면 두고두고 속이 상했겠지요.
사실 와이프 친구나 선배들도 다들 전공자다보니 악기 가격이 1천만원 넘는 건 예삿일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습니다.
그 돈이 작다는 말이 아니라 보통 그정도는 한다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600짜리를 덜컥 지를 줄은 저나, 와이프나 둘 다 예상을 못했던 거여서,
질러놓고 둘다 벙쪄서 실실 웃음만 나오더군요.
이번에 알았으니, 다음에 또 무슨 악기 사러간다고 하면 반드시 따라나서야겠습니다.

3살짜리 딸아이가 자라면 첼로를 배우게 해야겠다고 둘이 계획하고 있었는데,
뭐 미리 산 셈 치자, 위안을 삼습니다.
첼로님께서 그때까지 부디 옥체를 잘 보존하셔야 할텐데 말이죠. 


몸상하실까봐 차마 첼로는 꺼내지 못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