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사건의 중심에서 김재규를 끝까지 믿고 따랐던 충직한 부하들 박흥주, 박선호.
먼저 박흥주 대령은
평안남도 평원군 태생으로 6.25때 가족이 월남해 정착하게 됩니다. 굉장히 똑똑한 수재로 명문고인 서울고를 졸업했지만, 월남가정이 그렇듯 가난한 가정에서 힘들게 성장한 탓에 등록금 걱정이 없는 육군사관학교로 진학합니다.
엘리트답게 졸업하자 마자 관측장교를 넘어 바로 전포대장에 보임됩니다. 이때 김재규의 전속부관을 맡게 되는데 사단장인 김재규와 만나게 되며 심복으로 여러 업무들을 하게 됩니다. 1978년 39세라는 아주 어린나이에 대령으로 진급하게 됩니다. 굉장한 초고속 승진이었습니다.
동기들 사이에서도 육군참모총장감으로 소문이 자자했을 만큼 유명인사였다고 합니다. 이때 김재규는 박흥주의 능력을 알아보고 아꼈으며 박흥주는 이런 김재규의 인품에 감격해 크게 따랐다고 합니다.
그때 인연의 끈은 김재규의 요청으로 중앙정보부 수행비서로 중앙으로 진출하게 됩니다.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중앙정보부에 있었음에도 굉장히 청렴하고 신념이 대단했습니다. 초특급 고속 승진에 중앙정보부 대령이라 재물 욕심이 있었다면 충분히 부를 모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의 거처는 차로 갈수 없는 산꼭대기 12평 작은 판자집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그런 그의 인품에 청념함까지 가지고 있어 주변의 칭찬이 대단한 사람이였다고 합니다. 10.26사건은 이전부터 철저히 준비되고 훈련된 상황에서 발생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사건이 일어나기 불과 40분전에 김재규로 부터 명령받기 때문입니다. 굉장히 큰 사안이였음에도 그는 아무런 군말없이 김재규의 명령을 따랐다고 합니다.
형이 집행되기전 머물렀던 교도소벽에 그가 적은 낙서도 오랜기간 회자됩니다.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
형이 집행되기전에도 모진 고문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끝까지 의연한 모습을 보였고 선처를 바라던 가족의 바램은 눈물에 젖어 탄원하기 이르지만 그런 바램은 무색하게도 관련 사건이 재판중임에도 이례적으로 형이 집행됩니다.
"아빠가 없다고 절대로 기 죽지 말고 전처럼 매사 떳떳하게 지내라. 아빠는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선택을 어떻게 하느냐가 아니겠느냐, 자기 판단에 의해 선택하면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지게 되어 있다.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해야 한다."
라고 자신의 두딸에게 전한 마지막 말입니다.
형이 집행될때 눈 가리개를 거부하고 하늘이 보고 싶다며 마지막을 이렇게 외쳤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만세, 대한민국 육군 만세."
다음은 박선호 대령입니다.
1934년 경북 청도 출생으로 당시 평범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성장합니다. 중학교에 진학하며, 존경하는 평생의 선생님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김재규. 미군과 체육대회에서 문제를 일으켜 면직되고, 대륜중학교에서 체육교사로 지낸 시기였습니다.
이때 사제지간이 되며, 김재규를 크게 따랐고 존경하는 선생님으로 모셨다고 합니다. 김재규가 복직하고 박선호가 졸업하고도 꾸준히 연락하고 동기들과 찾을 정도로 크게 따랐다고 합니다.
박선호는 대륜고를 졸업하고 해병대 16기 간부로 임관합니다. 청룡부대 대대장을 시작으로 해병대에 몸을 담습니다. 해병대 사령부가 해체되고 해군에 편제되면서 해군 보병대령으로 지내던 중에 스승이던 김재규의 추천으로 중앙정보부 총무과장을 시작으로 첫 인연을 시작합니다.
첫동행은 길지 못했는데 김재규가 건설부 장관에 임명되고, 박선호는 부산지부로 발령났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 박선호는 검찰 수사 도청사건에 연루되어 면직되는 위기를 맡습니다. 1년간 실업상태로 지내던 그에게 또 손길을 내민건 중앙정보부 부장이 된 김재규였습니다.
주베일항만 건설현장에서 현대건설 안전차장으로 근무하게 됩니다. 오랜 군인 생활로 회사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박선호는 결국 8개월만에 사표를 냅니다. 귀국후에 모아놓은 재산으로 유류수입 회사를 운영하지만 그마저도 석유파동이 발생해서 좌절하게 됩니다.
다시한번 김재규의 손길로 중앙정보부로 복귀하게 되고 맡은 직함이 운명의 비서실 의전과장이었습니다. 의전을 책임지는 의전과장이였지만, 사실은 박정희의 술자리를 총괄하는 일에 가까웠고 평소 기독교인이었던 박선호는 양심에 책임감을 느껴 매우 힘들어 했다고 합니다.
당시 의전과장은 진급이 빠른 직책이였음에도 몇번이고 사의를 표할 정도로 힘들어했습니다. 그때마다 김재규가 그를 다잡았고 꾹 참으며 근무를 이어가던 상황이었습니다. 박선호 역시 박흥주와 마찬가지로 사건 발생 40분전에 명령을 받게 됩니다.
당시 대통령의 경호를 맡고있는 사람중에 동기이자 막역한 사이인 정인형과 아끼던 후배가 있어서 부담이 있었습니다. 사건이 발생하자 현장으로 가려는 정인형과 안재송을 막은 그는 어떻게든 최악의 사태는 피하려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사살하게 됩니다.
평소에도 해병대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컸는데 이는 법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우린 직속 상관이 명령하면 설사 그 대상이 하나님이라도 쏜다. 우린 그렇게 배웠고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다."
재판 최후 진술에서 김재규를 바라보며 말한 그의 발언이 얼마나 존경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김부장님을 모셨다는 것을 첫째 영광으로 생각하고, 저로 하여금 항상 인간으로 일깨워 주시고, 국가의 앞날을 버러지의 눈이 아니라 창공을 나는 새의 눈으로 볼 수 있게 똑바른 눈이 될 수 있도록 길러 주신 데 항상 영광으로 생각했습니다. 지금 또 그와 같은 상황에 처해도 저는 그 길 밖에 취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박흥주와 박선호 두사람은 최악의 결과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믿음과 존경을 잃지 않는 모습에서 그들의 과오를 떠나 굉장히 대단한 분이란 생각마저 듭니다. 매번 죄가 없고 모른다고만 하는 사람들과는 격이 다른 레벨입니다.
위험을 알면서도 따르고, 최고형에 처할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의연했던 박흥주, 박선호 대령이였습니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스크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