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온전한 기소권 가진 공수처 조속히 설치해야"
심윤지 기자 [email protected]

참여연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기소권 행사 범위를 현재 국회에 계류된 발의안보다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패스트트랙에 합의했던 여야 4당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도록 법안을 조정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국회는 지난 4월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려둔 상태다.

참여연대는 “두 법안 모두 검찰을 견제하고 기소독점권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그 핵심은 공수처가 검찰을 견제할 수 있고, 검찰로부터 독립할 수 있도록 공수처에 온전한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오른 ‘백혜련안’과 ‘권은희안’에 따르면,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고위공직자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광역단체장, 교육감, 판·검사, 차관급 이상 고위공무원, 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 등이다. 공수처는 이중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만 기소할 수 있다.

임지봉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판·검사나 고위급 경찰을 제외한 고위공직자를 기소하려면 공수처가 검찰에 수사기록을 다시 넘겨야 한다”이라며 “공수처가 검찰의 견제기능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옥상옥’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 소장은 “현재 법안대로라면 어제까지 검찰에서 검사로 일하던 사람이 오늘은 공수처 검사가 될 수 있다”며 공수처 내 검찰 출신 비율 제한, 공수처 검사의 임기 보장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참여연대는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하태훈 공동대표(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각에서는 ‘게슈타포’, ‘특특특수부’ 부활이라며 공수처를 비판하지만 이는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라며 “공수처장 임명 등에서 국회의 감시와 견제를 받도록 법안이 기획됐다”고 했다.

박정은 사무처장은 “검찰 출신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수사나 검사 성폭력 사건 처리에서 보듯 검찰은 스스로에게는 너무나 관대했다”며 “공수처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지금의 판·검사 등을 그대로 둘 수 없기 때문에 공수처라도 만들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23일부터 ‘온전한 기소권을 가진 공수처 설치 촉구 서명 캠페인’을 전개해 3만6623명(온라인 8806명, 오프라인 2만7817명)의 서명을 받았다. 참여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이 끝나고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서명서를 전달했다. 패스트트랙의 상임위원회 심사가 끝난 다음날인 29일까지 릴레이 1인시위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