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장자연 리스트’ 증언 신빙성 놓고 진실 공방

박훈 변호사(좌)와 배우 윤지오

“장자연 리스트 원본 봤다.”(배우 윤지오)

“윤씨가 장자연씨의 억울한 죽음을 이용하고 있다.”(변호사 박훈)

배우 윤지오씨와 작가 김수민씨가 ‘장자연 리스트’를 둘러싼 윤씨의 증언을 놓고 날 선 진실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김씨의 변호를 맡은 박훈 변호사의 이력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김씨를 대리해 윤씨를 고소한 박 변호사는 과거 쟁쟁한 사건들의 변호를 맡으며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박훈 변호사

◆박훈 “윤지오, 장자연 죽음 독점해 후원받아... 스타 작가급 인세도”

박훈 변호사는 김씨의 변호인으로 23일 오후 4시 광화문 서울지방경찰청 민원실에서 윤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다.

박 변호사는 이날 취재진 앞에서 “윤씨는 장씨의 죽음을 독점하면서 많은 후원을 받고 있다”며 “심지어 해외 사이트에서 펀딩도 하고 있다. 이는 고인의 죽음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윤씨는) 20만달러 펀딩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1만2000달러까지 올라가 있었다”며 “김수민 작가는 무명이라는 이유로 (언론이) 쓰질 않아 결국 내가 나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씨가 (출판) 인세가 몇 퍼센트인지 집요하게 물어봤다. 신인작가한테 주는 것이 8%대인데 윤씨는 12%대로 계약을 했다”며 “김수민 작가가 12%대는 이외수 공지영 급이라고 (했다는 것이) 문자에 남아있다”고 전했다.

박 변호사는 김씨가 더는 참을 수 없다는 판단으로 자신을 변호인으로 선임했으며 윤씨가 유일한 목격자라고 주장하는 ‘장자연 리스트’를 진짜 본 것인지 등을 정면으로 다투어보고자 고소한 것이라고 고소 취지를 밝혔다.

◆박훈 변호사, ‘부러진 화살’ 실제 모델... 故김광석 부인 변호도

박 변호사는 2011년 개봉한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모델로 2017년 가수 故 김광석의 부인 서해순씨의 변호를 맡으며 언론의 뜨거운 조명을 받기도 했다.

당시 박 변호사는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 김광석의 친형 김광복씨를 상대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박 변호사는 당시 이 사건을 “여성혐오를 이용한 사기극”이라 규정하며 “(서해순씨를) 남편과 자식을 잡아먹은 사람이라고 하면서 여성의 상속권 자체를 부정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서씨는 재판에서 ‘혐의 없음’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3월에는 배우 곽도원과 ‘1억 내기’까지 언급하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곽씨의 소속사 대표인 임사라 변호사가 배우 이윤택의 성추행-성폭행 가해를 폭로한 연희단 거리패 배우들이 곽도원에게 금품을 요구했다고 주장하며 이들을 ‘꽃뱀’이라 지칭한 것이 발단이었다.

박 변호사는 “돈을 뜯을 때는 명분이 있다”고 공개 저격했고 곽씨는 박 변호사와 날카롭게 대립하며 ‘1억 내기’를 걸었다.

박 변호사는 ‘10억 내기’로 응수하며 “녹취록 다 까고 문자 다 까자”며 이를 받아들였지만 ‘사건을 희화화한다’는 싸늘한 대중의 반응에 이를 철회한 바 있다.

한편 같은 해 5월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포가) 조덕제를 돕고자 여배우에 대한 허위 기사를 썼다”며 “이 기사로 여배우는 꽃뱀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덕제 측은 “박훈 변호사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가지고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1966년생인 박훈 변호사는 1998년 제40회 사법시험 합격해 법조계에 입문했다.

지난 2000년부터 금속산업연맹 법률원에 상근 변호사를 역임했고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금속산업연맹 법률원 경남사무소 소장을 맡기도 했다.

배우 윤지오

◆김수민 작가와 윤지오... 막역한 언니·동생에서 고소인·피고소인으로

김씨는 지난 2017년 10월 ‘혼잣말’이라는 책을 출판하며 인스타그램 등 SNS 에서 페미니스트 작가로 유명한 인물이다. 윤씨와는 ‘13번째 증언’ 집필 준비에 도움을 주며 인연을 쌓았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윤씨와 김씨는 지난해 6월부터 지난 3월까지 연락하며 지냈으며 윤씨가 두 살이 많은 김씨를 언니라 부르며 모든 개인사를 의논했다고 한다.

김씨는 책 출판 즈음인 3월 윤씨가 여러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본 후 ‘본인에게 이야기했던 내용과 전혀 다른 내용’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윤씨는 4월 SNS 글과 라이브 방송을 통해 ‘조작이다, 삼류 쓰레기 소설’이라며 김씨를 비난했다.

이에 김씨는 16일 ‘작가 김수민입니다. 윤지오 씨 말은 100% 진실일까요 ?’ 라는 장문의 글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캡처한 이미지를 올리며 윤지오의 증언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세계일보(23일 화요일자 8면 참조)와 통화에서 “지난해 12월 술자리에서 윤씨가 ‘과거 장자연 사건 관련 수사기관 조사에 출석했을 때 조사관이 나간 사이 책상 위에 회색 문서를 우연히 봤다. 거기서 유명한 사람들 이름을 봤고, 그때 이들이 장자연 언니 자살과 관계 있단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그간 윤씨가 타 매체 인터뷰를 통해 “(장자연 리스트) 원본이라고 하는 부분을 봤는데 유족분들이 보시기 이전에 제가 먼저 봤다”고 말한 부분과 배치된다. 김씨는 윤씨가 본인에게 ‘솔직히 장자연 언니와 친한 사이가 아니었고, 회사에서 몇 번 마주쳤을 뿐이었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주장했다. 23일 박 변호사를 통해 윤씨를 고소한 상태다.

윤씨도 “현재 저런 사람에게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아 방치하지만 변호사분들이 자료를 모으고 있고 이번 주에 고소할 예정”이라며 “허위사실유포, 모욕, 정신적 피해 보상 등 죗값을 반드시 치르게 할 것”이라고 맞고소를 예고한 바 있다.

지난달 5일 윤씨는 한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장자연씨의 성추행 현장에 있었다며 최초로 얼굴과 실명을 공개했다. 이후 그는 장자연 문건에 대해 증언을 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2&oid=022&aid=0003357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