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몇 달 전에 선 본 후기 한 번 적어 봅니다..

지난 여름에 제가 겪은 이야기를 적어 보려고요..

어느 날 저녁에 아버지 친구분 사모님을 통해서 우연히 선 자리가 들어 왔는데 여자가 교사라면서 이만한 선 자리가 어딨냐고 강력 추천을 하시더라고요.

전 솔직히 관심이 없었지만, 모처럼 그렇게 저를 챙겨 주신 그 분의 체면도 있고, 너보다 더 어린 그 집 아들도 담달이면 장가 가는데 넌 도대체 뭐하는 거냐는 아버지 때문에 만나 보겠다고 했는데..

아니, 보통 그렇게 됐으면.. 지 연락처를 알려 줘서 둘이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지가 뭘 그리 비밀 요원이라고 연락처를 안 알려 줘서 뭐 간단한 거 하나 물어 보는 것조차도 몇 단계를 거쳐서 얘기가 왔다 갔다 하고, 시간도 시간이려니와 중매하신 분들이 중간에서 이리 저리 중간 개입을 하시고..

그렇게 언제 어디서 만나자고 겨우 그것 결정하는데도 일주일 넘게 걸리고.. (그 정도 되다 보니, 전 걍 잊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더니만, 그 더운 여름 날에 저는 2시간 반, 지는 30분 거리에서 만나자고 하더라고요.
(아직도 반팔에 봄점퍼 입을 정도로 더위를 많이 타는 저인데..)

그걸 보니 인성이 보였지만, 이제 와서 때려칠 수도 없고.. 그래서 결국 나가기로 하고..

예전에 서비스업에 몸 담으셨던 아버지가 제가 어릴 때부터 약속 장소에는 최소한 10분 전에는 도착하라고 하셨기에 습관대로, 30분 전에 미리 도착해서 땀 식히며 기다리고 있는데.. 약속 시간 5분쯤 전에야 전화 와서는 좀 늦을 것 같다고 미안하다고 하고서는..

15분 늦게 나오더라고요.. 한층 사람들이 많은 주말 저녁의 번화가 식당에서 저 혼자 아무 것도 주문 안 하고 멍~하니 계속 앉아 있으니 눈치는 엄청 보이는데.. 그렇다고 제 멋대로 뭘 주문할 수도 없고..

정말 성격 같아서는 때려 치고 바로 돌아와 버리고 싶었는데.. 아버지 친구분 사모님 소개이니 그러지도 못 하고..

그리고 나타나서는, 어쨌든 이왕 만났으니 뭔가 얘기는 해야겠다 싶어서 어쩌다가 뭘 물어 봐도 단답형이고..

결국 저녁 대충 먹고 헤어지고 오는데, 주선자분이 어떠냐고 물어 보는 연락을 주셔서..

솔직히 제 생각하셔서 챙겨 주신 건 정말 감사하지만, 저랑은 안 맞는 것 같다고 말씀 드리면서, 그래도 상대방도 (선자리에서 인기 탑급이라는) 교사라는 자부심이 있을 테니, 만약 그 쪽에서 제 반응을 물어 오면 긍정적으로 대답해 주시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나중에 그쪽에서, 제 말투며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고 거절을 했다면서 도대체 거기서 뭘 어쨌기에 그러냐는데..

그 얼마나 기쁘던지요..

그리고,

지가 한 짓들은 생각도 안 하는구나.. 입장 바꿔서 제가 만약 지한테 그랬다면, 지는 내 첫인상이 과연 좋게 남았을 것이고, 그런 상태에서 호감적으로 대했겠나..라는 생각도 했지만..

선 자리에서 인기 많다는 여교사인데, 오죽하면 30대 후반을 바라 보는 저 나이까지 시집을 못 갔겠나 싶어서..

어차피 다시 볼 것도 아니고, 그냥 털어 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