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달전 아내와 말다툼이 있었습니다.
왜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요새 부쩍 아내의 말을 들으면 시비조로 들리고
제 가슴 한켠의 무언가가 꿈틀꿈틀 대면서 짜증과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튀어나가더군요.
그날도 아내의 비아냥을 몇마디 듣고 참지 못해 짜증을 냅니다.
아내는 답답하다며 편의점을 간다며 밖으로 나갑니다.
얼마 후 펑펑 울며 돌아 온 아내...
오는길에 넘어졌다며 무릎을 움켜쥐며 제대로 걷지도 못 합니다.
저는 속으로 고소하다며 비웃고는 눈길한번 주지 않았죠.
1시간 내내 아프다며 징징 거리길래 6개월된 갓난아기 데리고 아내 데리고 근처 응급실을 찾아갑니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손바닥만한 무릎뼈가 정확히 가로로 부러졌답니다.
넘어지면서 오롯이
모든 충격이 그 조그만 무릎뼈에 가해졌나보다 하더군요. 의사선생님께서...
그 다음날 다른 병원을 가보았지만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수술밖에는 답이 없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다시 위염이 도진듯 명치가 답답해지지만 아내도 다친 마당에 최대한 짜증을 자제하고
현 상황을 돌파하기로 합니다. 당장 갓난아기를 돌봐야 하고 저 또한 일을 해야하기에
처가에 아내와 아기를 보내기로 합니다.
처가에 올라간 아내는 그곳에서 유명한 정형외과를 찾아가 다시 진료를 보고
수술날자를 잡고 수술을 받습니다. 무릎이 다쳐 움직이지 못하는 아내를 대신해
장모님과 처제가 아기를 봐주고 있었지요.
저희 부모님께도 이래저래 사정을 설명해 드리니 며느리가 걱정된다시며
수술 받은 곳으로 한번 오신다고 하더군요. 수술받기전 아내에게도 미리 말을 해 둡니다.
사실 제 아내는 저희 어머니를 극히 싫어합니다. 아주 어려워해야 한다고 할까요?
그래서 저희 어머니와 아내가 만날일이 있으면 충분히 시간전에 미리미리 서로에게
말을 해두고 약속을 조율 해 둡니다.
수술받은 당일날 아내가 아직은 조금 밉지만 그래도 근무를 최대한 빨리 마치고 병원으로 찾아갑니다.
수술을 다 받고 병실에 누워 마취가 서서히 풀려가던 참이었내요.
이런저런 말로 무거운 분위기도 덜어내고 처제에게도 연신 고맙다 말하고~
하지만 아내는 마취가 풀리면서 통증이 오는지 연신 부정적인 말투로 짜증을 냅니다.
처제가 병원을 떠난 뒤로는 제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고 냉랭한 말투, 반말섞인 말투로
짜증을 냅니다. 제 가족들에게 아내가 걱정된다며 카톡이나 전화가 옵니다.
아내는 그걸 듣고도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누군지도 묻지도 않고 궁금해 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핸드폰 하러 왔냐고 핀잔만 주더군요.
바로 그 순간 저희 어머니께 전화가 옵니다. 며늘아가 수술은 잘 되었는지
오늘 하루종일 사골을 고으셨다며 내일 찾아가겠다고 합니다.
아내는 그 전화를 듣고 얼굴이 어두워져가며 한숨을 쉽니다.
이런저런 말을 한 뒤 결국은 저보고 그것만 받아주면 안되겠냐고 하더군요.
갑자기 머리가 멍해집니다. 더이상 여기에 있고 싶지 않더군요.
내일 또 출근해야해서 잠시 온거였는데 때마침 주차장에서 차빼라고 전화가 오네요.
저는 그냥 내가 니 남편 맞나며 그냥 슥 병원을 빠져나옵니다.
사실 제가 말빨도 별로 없고 흥분을 별로 잘 안하는 타입이라 덤덤하게 나왔습니다.
아내는 제 그 모습을 보고 또 기분이 안좋았을테지만요.
병원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부모님께 전화드려 내일 오실필요 없다 전화드렸네요.
아내가 보기 싫어하는것 같다. 나보고 그것만 받아달라 한다.
가감없이 사실그대로 들은대로 말씀드립니다.
내심 2년여의 결혼생활 내내 아내의 본심을 부모님께 숨겨왔었지만
그날만큼은 그냥 있는그대로 말씀드리고 싶더라구요.
부모님은 역시나 노발대발 하시구요. 결국 그다음날 제 아내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심한말을 쏟아내십니다. 제 아내도 그말에 상처를 받았구요.
그일이 있은지 1달이 지났지만 서로 니가 잘못했다. 난 잘못없다. 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만하고 이혼하자고도 했지만 아직 돌도 안된 아기 때문에 너무 죄책감이 들어
겉으로만 미안하다 하고 다시 잘 해보자 했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그 이후에 다시 한번 전활 걸어 노발대발 하시다가 또다시 전활걸어
미안하다 하시고 아기를 봐서라도 잘 살아라 하셨네요. 앞으로 다시는 너희들에게 연락도 안하고
터치도 하지 않겠다. 하시고요...
그런데 오늘 연락이 와서 돈문제를 얘기하더라구요. 돈관리를 제가 하는데
이혼얘길 꺼냈을때 돈과 관련된 모든 지원을 딱 끊었었거든요.
저는 솔직히 이전까지 너에게 매달 준 용돈과 생활비 카드가 너무 과한 듯 싶다.
앞으로 좀 줄이고 계획적으로 관리를 할 생각이다. 했더니
그러면 자기는 못살겠다. 지금 여기서 사는게 자기는 편하다. 못내려가겠다 하더라구요.
답답합니다. 저도 이번만큼은 져주기가 싫으네요.
장황하게 넋두리를 썼습니다. 어차피 선택은 제가 할테지만 좋은얘기든 나쁜얘기든 부탁드립니다. ㅠ
(기타)
이 영상에서 남자는 왜 멀쩡한 거에요? 설명좀ㅎㅎ
(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