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용 페북

검사는 큰 죄를 지은 자도 기소하지 않을 수 있고, 사소한 잘못만 저지른 사람도 기소할 수 있습니다. 모른 척 덮어주려던 사건이 드러나 숨길 수 없게 되면, 일부러 공소장을 허술하게 써서 무죄 판결이 나게 하거나 적은 형만 받게 할 수도 있습니다. 죄 없는 사람을 기소해서 무죄 판결이 나와도, 큰 죄를 지은 사람을 기소하지 않아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중죄인을 무죄로 만들고 죄 없는 사람을 유죄로 만드는 ‘나쁜 짓’을 잘하면, ‘능력 있는 검사’로 인정받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검찰에서 나와 변호사가 돼도 ‘유능한 변호사’가 되어 엄청난 수임료를 받습니다. 정의를 구현한다는 검찰이 ‘나쁜 놈일수록 성공하는 조직’의 표본이 된지 오래입니다. 그런 조직으로 대표적인 게, 깡패 조직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쌓이는 게 먼지, 때, 쓰레기 같이 더러운 것들입니다. 이런 것들이 ‘적폐’입니다. 검사들이 적극적으로 원해서 ‘나쁜 놈일수록 성공하는 조직’을 만들었다고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식민지 시대와 군사독재 시대에 ‘나쁜 권력’이 시키는 ‘나쁜 짓’을 하다 보니 ‘나쁜 관행’에 물들었고, 그걸 한 번도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쁜 조직 논리’에 익숙해졌겠죠.

자기들의 사익(私益)을 충실히 보장해 주는 조직을 구성원들 스스로 개혁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공정한 사회’란 유전무죄 무전유죄 관행이 사라진 사회, 법조인들이 큰 죄를 무죄로 만들어주고 큰돈을 벌 수 없는 사회겠지만, 지금의 검찰은 결코 그런 사회를 원하지 않을 겁니다. 이번에도 그들은 과거에 늘 그랬던 것처럼, 개혁하는 시늉만 하면서 시간만 끌 겁니다. 가만히 손 놓고 있으면, 시간은 언제나 적폐의 편입니다. 총선 때까지 시간을 끌면서 암암리에 적폐 정치 세력을 지원하여 반전의 계기를 만들면, 검찰 개혁은 물 건너간다는 건 검찰이 가장 잘 알 겁니다.

다가오는 총선이 자기들의 ‘부당한 기득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 아니면 일부나마 내려놓아야 하느냐를 결정하는 ‘고비’라는 건 검찰도 잘 압니다. 저들에게 ‘고비’가, 시민들에게도 ‘고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