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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7171758001&code=940702
“자본가 될 수 없는 이들에게 자본가 강요, 한국 사회의 비극”
이호준 기자 [email protected]
“최저임금 논란은 자본가가 될 수 없는 이들을 자본가로 내몬 한국 사회구조의 비극이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55)는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나쁜 사마리아인들> 10주년 특별판’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단순히 자본가들의 마음이 나쁘거나 재벌들이 위에서 너무 빨아먹어서 최저임금이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복지국가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선진국 자영업자 비율이 12% 수준인데 한국은 25% 이상”이라며 “한국 사회는 선진국보다 복지가 한참 부족해 실직하면 곧바로 생계형 창업으로 내몰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나라 같으면 자본가가 될 수 없는 사람들, 특히 너무 영세해서 자기 착취하는 이들까지 자본가로 만들어놓고 ‘최저임금을 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니 반발이 없을 수 없다”면서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먼저 논의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올린 것부터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장 교수는 “멕시코보다 낮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 수준의 사회복지지출 비중으로 사회통합을 유지하려고 하니 최저임금을 지불할 능력도 없는 영세자영업자까지 정리 못하고 보존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저임금 문제로 이어지는 것”이라면서 “복지국가를 만들어서 자본가가 될 수 없는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자본가가 되지 않도록 해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진단했다.
문재인 정부도 앞선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 흐름 안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쓴소리도 내놨다. 그는 “복지지출만 놓고 봐도 지금 정부는 ‘형편 되는 대로 조금씩 늘리자’는 입장인데, 발상 전환을 해 확 바꾸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며 “최저임금처럼 국민들 어려움 풀어주려하니 그런 대목은 박수치고 있지만 근본적인 신자유주의 구조개혁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라는 그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산업 정책을 펼치고 복지제도를 강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유망 산업을 골라 육성하는 ‘위너 피킹’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미국조차 자국 경제를 위해 ‘위너 피킹’을 한다”면서 “과거 영국, 스웨덴 조선산업도 한국의 조선산업 정책이 없애버린 것이고 자동차, 전자 모두 우리가 그렇게 밀어냈는데 우리는 왜 가만히 있고도 밀려나지 않고 유지가 되리라 생각하느냐”고 했다. 이어 “10년 전 한국 조선이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주고 이제 반도체 빼고는 중국이 다 추격했는데 반도체도 얼마 남지 않았다”며 “세계 최고 자동차 기업과 삼성, LG가 있는데 자율주행차 같은 것을 주도적인 산업 정책으로 만들면 왜 안되느냐”고 반문했다.
장 교수는 “산업 정책을 제대로 안 하고 자본시장은 개방되고, 기업들이 투자를 안 해서 그나마 있는 산업까지 기울면 실직자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그 실직자들이 치킨집, 편의점을 하고 결국 젊은 저임금 노동자를 착취하는 것”이라며 “이건 이게 맞고, 저건 저게 옳다는 식으로 답을 정해놓고 우리 경제를 끼워넣어 맞추려고 하지 말고 산업 정책이든 복지 정책이든 목표를 세워 그 목표를 향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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