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방)
운동 가르쳐줄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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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의 급박하게 전개되는 평화프로세스에서 배제된 일본은 극도의 불안감에 쌓여있다. 일명 ‘재팬패싱'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역시 배제되기는 마찬가지지만 일본과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한발 물러서서 관망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해 보인다.
미국의 민주당 역시 일본 정계와 마찬가지로 외교 정책에서 배제되는 것이 매우 불만족스럽고 불편한가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틈날때마다 강조 했듯이 북핵문제에 있어 전임 정권(주로는 민주당)이 했던 실수를 또다시 반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에 민주당에게는 발언권 조차 주지 않는다. 상,하원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상실한 민주당은 외교정책은 물론 국내정책에서도 공화당의 언저리만을 배회하는 형국이라 조급증이 갈 수록 심해지는듯한 인상이다.
군사적 해결보다는 외교적 대화를 우선하고 대결보다는 평화와 공존을 추구한다고 해서 사람들은 그런 정치인을 가리켜 비둘기파라 부른다. 민주당은 줄곧 스스로를 비둘기로 지칭한다. 비둘기가 가진 온화한 이미지로서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민주당의 정책적 이념을 포장하려고 한다. 그러나 역사에서는 민주당의 비둘기 이미지가 허상이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대표적인 것이 지미카터의 ‘인권외교'다. 1976년 취임한 지미카터 전 대통령은 자신의 삶의 철학이 고슨란히 반영된 새로운 개념의 외교정책을 실현하려했다. 그는 한 국가의 외교정책에는 그 국가가 지향하는 최고의 도덕적 가치가 구현된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것은 종교관을 바탕으로하는 개인적인 신념이기도 하지만 전임 대통령이었던 닉슨 시기에 실추된 도덕성을 바로 새우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지난 몇해동안 미국은 우리의 적들이나 구사하는 그릇된 방식을 따라하고 있었고 때로는 우리의 가치를 스스로 져버리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불에는 불로 다루었지 단 한번도 불 질을 물로 다스려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질 못했습니다. 그 방식이 틀렸음을 우리는 알았습니다. 베트남 전쟁은 우리의 지성과 도덕을 일깨워 줬습니다. 실패를 통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던 원칙과 가치대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이제야 우리는 잃어버린 신념을 되찾은 것입니다.” … “미국의 정책은 미국인이 역사로 부터 부여받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바탕으로 합니다. 우리의 정책은 단 한반도 퇴보하지 않았던 도덕적 가치에 기반하며 국가의 재부와 국력으로 뒤받침됩니다. 우리의 정책은 인류를 위한 것입니다.”
“For too many years, we’ve been willing to adopt the flawed and erroneous principles and tactics of our adversaries, sometimes abandoning our own values for theirs. We’ve fought fire with fire, never thinking that fire is sometimes best quenched with water. This approach failed, with Vietnam the best example of its intellectual and moral poverty. But through failure we have now found our way back to our own principles and values, and we have regained our lost confidence.”
“Our policy is based on an historical vision of America’s role. Our policy is derived from a larger view of global change. Our policy is rooted in our moral values, which never change. Our policy is reinforced by our material wealth and by our military power. Our policy is designed to serve mankind.
카터 대통령은 이전까지 용납해주던 일부 독재국가의 인권 실태를 문제삼아 다스리기 시작했다. 한국이 그 첫벗째 대상이었으며 아르젠티나, 니카라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로데지아(현 짐바브웨) 그리고 이란이 차례로 거론되었다. 니카라구아의 경우 30년간 철권통치를 일삼던 <소모사 Somoza> 정권을 무너뜨렸다. 한국의 박정희가 부하의 총탄에 암살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카터 대통령은 유독 군사독재를 싫어했다. 자신이 신봉하는 국가관과 배치되기 때문이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4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비해 외교적 성과는 많았다. 이집트와 이스라엘을 회담장으로 불러내고 평화협정을 맺도록 한 것과, 소비에트연방의 브레즈네프 서기장과 함께 맺은 핵무기감축협정 SALT II, 그리고 파나마운하를 파나마에 돌려준 것 등, 그가 표방했던 인권외교는 제대로 작동한듯하다. 그러나 그 역시 전임들이 저지른 실수를 반복했다. 도덕적 우위를 가졌다고 착각하여 매를 함부로 휘두르는 정책과, 미국의 국익에 따라 원칙을 무시하는 정책, 이 두가지 실수가 바로 그것이다.
그의 집권 2기 야망을 좌절시킨 이란이 그 대표적인 실례다. 이란에서 무슬림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그야말로 ‘이와 잇몸’의 관계였다. 중동에서 미국의 국익을 가장 앞장에 서서 지켜주던 이란의 팔레비정권은 미국의 수족이었다. 그러나 이란 민중은 독재 정권하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카터 대통령이 펼치는 인권외교정책이 이란에서도 곧 펼쳐지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란 민중의 호소를 외면한 채 카터행정부는 1977년 11월 15일, 독재자 팔레비를 국빈으로 초대하였고, 한달후 자신이 직접 이란을 방문하여 두나라간에 맺어진 맹방의 우의를 더욱 굳건하게 다지는 상징적인 제스처를 보여줬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민심은 곧 폭발했다. 이듬해인 1978년 1월 7일, 후에 ‘이란혁명'으로 명명된 민중 항쟁의 거센 불길이 타올랐고, 일년이라는 짧은 기간안에 미증유의 이슬람혁명이 완성되는 역사적 사건을 세계는 목격했다.
‘이란혁명'의 마지막 장면이자, 미국의 외교역사상 대참사로 기록되는 대사관 인질사태는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서슴없이 사용하는 이중적 잣대가 어떤 후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실례로 보여줬다. 그러나 ‘인권외교'는 이후 미국 외교의 기본 정책으로 자리잡았다. 대다수의 나라가 미국의 인권외교를 비판을 해도 미국은 자신이 정한 잣대를 가지고 다른 나라의 인권실태를 측정한다. 인권을 무기로 삼아 적국에 시비를 걸고 약소국을 협박한다. 자신의 목에 칼을 겨누는 적국에게는 예외없이 인권침해국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비둘기파가 펼치는 외교정책과, 매파가 펼치는 외교정책에서 차이가 있을까? 방식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뿐이지 결과적으로 내용면에서는 차이가 없다. 다만 성과도에서 차이가 난다. 지난시기 외교적 성과를 비교하면 매파가 장악한 공화당이 약간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매파가 장악한 공화당이 군사적 해결방식을 우선하기 때문에 속전속결로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매파식 외교 정책의 특성중 하나는 무력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곧바로 외교적 담판으로 해결한다. 일단 대화 모드로 전환하면 속도가 빨라진다.
반면에 비둘기파가 장악한 민주당은 대화 방식에 치중하느라 시간을 오래 끌거나 아예 포기해 버린다. 대표적인 예가 전임인 오바마 행정부시기 북한 핵문제를 다루면서 수시로 언급했던 ‘전략적 인내'라는 황당한 정책이다. 정책이라기 보다는 ‘전략적 인내'는 전략적 포기의 다른말에 지나지 않았다. 군사적 옵션에는 문외한 같았던 아마추어리즘의 색채가 짙게 묻어나던 외교정책이었다.
그러나 한가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비둘기파가 집권하는 시기에 불필요한 무력사용 횟수가 매파의 그것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호전성을 과시하는 것은 오히려 비둘기파라는 역설이다.
온화한 이미지로 독보적인 지위와 역할을 자처하는 민주당의 실세 <엘리자베스 워렌 Elizabeth Warren> 상원 의원의 최근 행보가 주목받는 것은 비둘기파의 속내 무엇인지 넌지시 알려주기 때문이다. <워렌>의원은 원래 외교 군사분야가 전문이 아니다. 법조계 출신으로 소비자 보호에 앞장서는 등 민생 안정이 그녀의 주요 활동영역이다. 민주당에서도 진보적 인사로 분류될 만큼 앞서간다고 분류된 인물인데 최근의 그녀의 언행은 매파보다 더 매파적이다.
<워렌>의원이 지난 4월초에 동아시아 3국(중국, 일본, 한국)을 방문했다. 그러나 한국의 언론에서는 그리 주목하지 않았다. 그 방문기간 동안 몇마디를 남겼는데 향후 민주당의 동아시아 정책를 가늠짓는 발언으로 평가받는다. 그 중에서도 중국에 관한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회있을때마다 강조하는 ‘아메리카 제일주의'를 다른말로 반복한 것이었다.
“우리가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듯이 현실을 직시하면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없는 것은 중국과의 관계 때문입니다. 중국과 미국은 서로 다른 (목표)길을 가고 있습니다. 두나라 사이에는 첨혜한 경쟁이 있을 뿐이며 결코 흥정할 것이 없습니다" … “중국과 함께 세계 시장을 섭렵한다는 것은 이미 틀린 답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
"We told ourselves a happy-faced story that never fit with the facts, and now...the United States cannot avoid facing a very different reality with China," Warren said. Noting that the U.S. and China share certain goals, she argued that "there are also areas where we are vigorous competitors and do not have shared interests."
비무장지대와 판문점을 방문한 <워렌>의원은 판문점에서 매우 특이한 활동을 했다. 그녀 스스로 ‘특별한 경험’ 이었다고 남다른 감회를 밝혔을 정도로 상징적이었다.
판문점 방문직후 발표했던 트윗에는 “내가 (판문점 회의실)을 둘러보다가 경계선을 넘었더니 기관총으로 중무장한 경비병이 갑자기 창가에 나타나 나룰 사진 촬영을 했다." 고 썼지만 얼마후 문제의 표현이었던 ‘ 기관총으로 중무장한’ 부분이 보좌관에 의해 삭제되었다. 보좌관실은 상원의원이 잘못보았던 것이라며 삭제해 줄 것을 요구했고 언론은 추가 보도를 하지 않았다.
정정된 기사는 아래와 같다.
“I walked from South Korea into North Korean territory by walking around a table to the other side,” Warren said. “A North Korean soldier immediately appeared at the window and started snapping pictures of me while I was standing in the North Korean part of the room.”
한 국가의 국민을 대표하는 상원 의원이 국제법을 무시하고 경계선을 무단으로 넘었다는 것도 문제이겠지만,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긴장을 유발시키는 듯한 발언은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의도적으로 과장된 표현을 사용한 것이 아니었는지 의심받기에 충분했던 것은 한달전 그녀가 폭스뉴스와 했던 인터뷰 내용때문이었다.
“나는 그 것이(트럼프 대통령의 미-북 정상회담) 성공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성공의 판단 기준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은 반드시 회담에 앞서 핵위협을 줄여나가야 합니다. 그런 것이 회담의 성공여부를 가늠하겠지요.” … “그들(북한)은 이전에도 수많은 약속을 했지만 매번 어겼습니다.” ...
“I want it to succeed, but we need a very clear measure of what constitutes success. North Korea must be willing to move forward from that meeting to put in place verifiable changes that reduce the nuclear threat that it poses — that is the measure of success.”.... “They’ve made promises in the past and then broken those promises over and over.”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는 북한의 발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에서 "와, 우리는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고, 그들이 세계를 위해 매우 훌륭한 비핵화와 실험장 폐기, 실험 중단에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다수의 주요 언론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으며 조목 조목 반론을 제기할 준비에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언론들이 실제 북한 노동당 중앙위가 채택한 결정서에는 '핵 폐기'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비판적 언론의 배경에는 비둘기파의 의중이 적지않게 작용하고 있음을 <워렌>의원의 행보에서 눈치챌 수 있다.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 핵협의, 평화협정, 수교협정 등등 한 단계씩 발전해 나갈때 마다 비판적 언론의 예리한 칼날과 민주당의 당론은 중첩되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 알고 지내던 민주당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아챌 수도 있다. 어쩌면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정착을 가로막었던 방해 세력이 민주당 이었음을 만천하에 드러낼 수도 있다.
미국에서 비둘기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매의 탈을 쓴 비둘기가 날아다니고 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