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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3231057001&code=910100
‘4인 선거구’가 무엇이길래 민주당·한국당을 하나로 뭉치게 했을까
김한솔 기자 [email protected]
6·13 지방선거가 석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국 기초의원 선거의 선거구획정이 마무리되고 있다. 각 기초의원 선거구획정위는 3·4인 선거구를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전국적으로 4인 선거구는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바른미래당 김동철·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와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렵게 만든 4인 선거구안을 2인 선거구로 쪼개는 것은 민주당과 한국당, 두 당이 추구하는 승자독식의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4인 선거구’가 무엇이길래 평창동계올림픽과 개헌, 남북대화 등 모든 현안에서 강하게 대치하고 있는 민주당과 한국당을 하나로 뭉치게 했을까.
■ 4인 선거구란?
4인 선거구는 한 선거구에서 4명의 의원을 뽑는 선거제도다. 국회의원 선거는 한 선거구당 1명의 의원을 뽑는 소선거구제지만, 자치구·시·군의원 선거는 한 선거구당 2~4명의 의원을 뽑을 수 있는 중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중선거구제에서도 2인 선거구일 경우 집권당과 제1야당 등 거대 정당이 한 자리씩 차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3~4인이 당선 가능할 경우 소수정당의 기초의회 진입 문턱이 낮아진다. 현 상황에서는 2인 선거구를 하면 민주당과 한국당이 한 자리씩 나눠가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노회찬 원내대표가 ‘4인 선거구 쪼개기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추구하는 승자독식 상황’이라고 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4인 선거구를 해도 민주당과 한국당이 두 자리씩 가져갈 수 있지 않느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처장인 김준우 변호사는 “그건 너무 당리당략적인 접근”이라며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의 표에 따른 의회 의석을 분포하지 않는 제도가 문제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4인 선거구를 하면 의원 수가 늘어난다?
4인 선거구를 한다고 해도 의원의 총 정수는 늘어나지 않는다. 의원의 총 정수는 이미 정해져 있고, 그 숫자 안에서 선거구별로 몇 명을 뽑을지 나누는 것이다. 예컨대 2인 선거구 두 개를 4인 선거구로 통합해 한 개의 선거구로 만드느냐, 아니면 4인 선거구 하나를 2인 선거구 두 개로 만드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시의원들의 반대로 4인 선거구가 ‘0개’가 된 이번 서울시 자치구의원의 총 정수는 4인 선거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4명이 늘었다. 이는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구의원 수가 조정됐기 때문이다. 서울시 구의원 수는 419명(지역구 366명, 비례대표 53명)에서 지역구 369명, 비례대표 54명으로 조정돼 총 423명이 됐다.
■ 50% 지지를 받은 이와 5% 지지를 받은 이가 모두 당선되는건 정당하지 못한가?
4인 선거구에서는 1등부터 4등까지, 총 4명의 후보가 당선된다. 1등 후보가 50%, 4등 후보가 5%로 큰 격차가 나는 지지를 받았어도, 1등과 4등 모두 똑같은 의원으로 당선돼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4인 선거구에 부정적인 이들은 50%의 지지를 받은 후보와 5%의 지지를 받은 후보가 똑같이 당선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50% 지지받은 후보와 5% 지지받은 후보가 똑같이 당선되는게 말이 되느냐”며 “4인 선거구보다 비례대표제를 늘리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도 “그런 지적이 나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이들이 3~4인 선거구가 늘어야 한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변호사는 “(현 선거제도가) 보장하지 못하는 비례성을 중대선거구로 푸는 것이 기본적 취지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2인 선거구를 했더니 오히려 양당제를 더욱 강화하는 결과가 초래됐다. 그 부분에 대한 보정이 필요한데, 비례대표를 늘리지 않으니까 중대선거구로 문제를 풀 수 밖에 없다”며 이 “개인적으로는 3인 선거구가 적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22일 공개한 대통령 개헌안에는 ‘국회의 의석은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하여 배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헌법 41조3항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보다 진전된 ‘선거의 비례성 원칙’을 명확히 명시한 것이다. 정당이 얻은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연동형 비례제는 3·4인 선거구를 지지하는 정의당이 지지하는 선거제 이기도 하다.
■ 4인 선거구를 하면 선거 비용이 상승하나?
선거 비용은 일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 공보물이 늘어나고, 선거 현수막도 더 걸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고비용 선거’는 4인 선거구의 문제라기 보다는 현행 선거운동 제도의 문제에 더 가깝다고 지적한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선거비용의 문제는 선거운동방식의 문제이다”라며 “지금도 무소속이나 청년 후보들, 소수정당 후보들은 선거비용이 부담된다”고 말했다.
선거철에 흔히 볼 수 있는 차량유세와 대형 현수막, 유급 선거운동원들은 대표적인 고비용 선거운동 방식이다. 후보자가 당선됐을 경우, 득표율이 15% 이상인 경우엔 선거비용이 전액 보전되지만, 10~15%인 경우에는 50%만 보전된다. 10%에 못 미쳤을 경우에는 아예 보전을 받지 못한다. 득표율이 낮은 소수정당의 경우 거대 정당처럼 선거운동을 하기도 어렵지만, 선거운동을 하고 나서 보전을 받을 가능성도 적은 셈이다. 하 대표는 “선거운동비 보전 기준을 낮추든지, 아니면 선거운동 방법을 돈 안드는 방식으로 바꿔야 문제가 해결되지, 그것과 선거구제는 별 관련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럼 ‘돈 안드는 선거운동방식’ 어떤 것일까. 후보가 직접 유권자를 만나기 위해 가정을 방문하고, 정책자료가 담긴 유인물 등을 나눠주는 것 등이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180일 전에는 후보자가 직접 ‘명함’을 주는 것만 허용되고, 정책자료나 유인물 등은 나눠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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