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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태움 방지대책’ 나왔지만...간호사들 “소용없을 것” 회의적인 이유는
홍진수·김상범 기자 [email protected]
보건복지부가 병원 간호사들의 ‘후배 괴롭히기’, 이른바 ‘태움’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다. 인력을 늘리고 처우를 개선해 간호사들의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실제로 현장에서 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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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움’ 방지의 핵심은 인력 확대와 업무부담 완화
복지부는 ‘태움’ 행위의 원인으로 지목된 간호사의 교육부담 완화를 위해 교육전담 간호사(신규인력, 실습생) 배치, 필수 교육 기간 확보, 교육커리큘럼 마련 등을 포함한 ‘신규간호사 교육·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로 했다. 또 간호협회에 ‘간호사 인권센터’를 설립, 운영해 피해신고·상담 접근성을 높이고 주기적으로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하기로 했다.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일하는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4월 중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이를 통해 의료기관이 간호서비스에 대한 건강보험수가(간호관리료)로 거둔 추가 수입분을 간호사 고용 및 근무여건 개선에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이행사항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야간근무수당 추가지급을 위한 건강보험수가(야간간호관리료)를 신설해 24시간 간호가 필요한 입원 병동 근무 간호사가 체력부담이 큰 3교대와 밤 근무를 하는 데 대한 보상을 강화하기로 했다.
부족한 간호인력 확충과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는 간호대 입학정원을 올해 1만9683명에서 2019년 2만383명으로 700명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취약지역 적정 간호인력 확보를 위해 간호대 학생을 대상으로 ‘공중보건장학제도’(국가 장학금 지원조건으로 취약지 및 공공 의료기관 내 일정 기간 의무복무하게 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쪽으로 연구하고 간호대학에 ‘지역인재 특별전형’을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나아가 4월부터 의료 취약지 내 의료기관이 간호인력을 채용하면 간호사(최대 4명) 고용에 필요한 비용을 실비 지급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일반대학에만 허용하는 정원 외 학사편입은 4년제로 운영 중인 전문대학(간호학과)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방안들을 추진하기 위해 ‘간호업무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설치, 운영하고 경력단절 간호사의 재취업을 위해 ‘간호인력 취업교육센터’를 ‘간호인력지원센터’로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신규간호사 10만명을 추가 배출하고, 간호사의 의료기관 활동률을 2017년 49.6%에서 2022년 54.6%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2022년까지 의료기관 활동 간호사 약 6만2000명이 추가돼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 활동 간호인력수는 2016년 3.5명에서 2022년 4.7명까지 확대될 수 있다.
■대부분 ‘가이드라인’···떠나는 간호사들 잡을 수 있을까
그러나 이러한 복지부의 방안이 현장에서도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복지부는 우선 신규간호사 배출을 늘리는데 초점을 맞췄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지난 13일 복지부가 공개한 ‘2011~2016 보건의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간호사 면허 등록자 35만6000여명 중 보건의료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절반 가량인 17만9989명에 불과했다. 면허 등록자의 80% 이상이 보건의료기관에 종사하고 있는 의사와 비교할 때 턱없이 낮은 수치다.
경력간호사들이 현장을 떠나는 가장 큰 원인은 열악한 환경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20일 공개한 ‘의료기관내 갑질과 인권유린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54개 병원 7703명의 간호사를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 ‘태움’을 경험한 사람은 40.2%로 나타났다. 또 간호사의 54.4%%는 휴게시간을 전혀 보장받지 못했고, 시간외 근무수당을 제대로 못받았다고 응답한 간호사도 70.6%나 됐다. 또 간호사의 83.3%는 직무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복지부도 이를 파악해 기존 간호사들에 대한 처우개선책을 마련하긴 했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대부분의 정책이 강제성이 없는 ‘가이드라인’ 먀련과 권고, 이행사항 모니터링 수준이기 때문이다.
송명환 대한간호협회 정책국장은 “정부가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에 관심을 두고 정책을 추진하는 건 맞는 방향이라 긍정적”이라면서도 “그동안 병원들의 행태로 봤을 때 현장에서 얼마나 이행될지 우려가 되기는 한다”고 말했다. 또 “2016년 조사에서 신규 간호사들의 1년내 이직률이 38%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이 수치를 얼마나 떨어뜨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간호협회 관계자는 “한국의 간호대학 졸업자수나 간호사 면허소지자 숫자는 OECD 평균보다 높다”며 “간호인력 부족문제는 간호사 양성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간호사가 받을 수 있는 수가는 입원환자 간호관리료에 포함된 일부금액과 간호간병서비스를 통한 것이 전부”라며 “간호사의 고유업무에 대한 독립된 수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순헌 과장은 “정부차원에서 이런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 자체가 처음이기 때문에 현장에 제도가 안착되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며 “일단 가이드라인을 운영해보고, 현장과 협의해서 제재를 할지, 수가나 평가체계 등 유인책을 더 쓸지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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