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SUV 시장까지 위협하는 렉스턴 스포츠 칸만의 인기비결.jpg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는 변하지 않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특정한 방향으로 흐르는 방향성이 생겨있다. 소형~준중형 SUV로 시작된 SUV의 인기는 중형 SUV의 판매량을 견인했고 지금은 그 활기가 대형 SUV 시장에 옮겨붙으려고 한다. 포드의 익스플로러는 포드코리아의 매출을 실질적으로 이끌었고 국산 준대형 SUV인 렉스턴은 꾸준하게 팔린다. 작년에 매월 1,300대씩 팔려나갔다. 더 중요한 것은 렉스턴 스포츠의 판매량. G4보다 2.5배 많은 41,717대 팔렸다.
 
시장의 변화를 읽은 현대차그룹은 팰리세이드를 출시했다. BMW는 X7를 출시하면서 SUV 라인업을 완성했고 링컨에서는 에비에이터와 내비게이터가 시장의 기대를 받고 있다. 대형 자동차의 인기는 우리나라에 쌍용 렉스턴 스포츠 칸이 출시하게 된 이유기도 하다. 기존 렉스턴 스포츠보다 310mm나 길어진 칸을 '진짜 픽업트럭'이라고 부르는 이도 있다.

픽업트럭은 미국 시장이 사실상 세계 시장이나 다름 없다. 미국인은 삶의 방식 때문에 픽업트럭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택배문화가 우리나라처럼 발달하지 않은 점이 크다. 우리나라 택배 문화는 미국, 유럽 등의 서구권 나라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잘 되어 있는 편이다. 영토가 좁고 도심의 인구 밀도가 높은데 여기에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까지 더해져 특유의 택배 산업을 만들어냈다.
 
미국은 인건비가 비싼 나라다. 배송 문화가 있긴 하지만 요금이 부담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구매자가 직접 매장에 가지러 간다. 픽업트럭이 꼭 필요한 이유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처럼 아파트에 살지 않고 집값이 저렴한 교외에 사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 개인주택이 정비된 도로를 따라 늘어서 있고 옆에 차고 있는 풍경은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풍경.

덩치가 큰 자동차를 구매해도 주차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은 늘 주차난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러워할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주택가 근처나 멀지 않은 상권에 대형마트가 들어서 있지만, 미국은 대부분의 거주자가 교외에 흩어져 사는 까닭에 상권을 고려해서 대형마트가 입점한다고 해서 우리나라처럼 접근성이 좋다고 하기 힘들다. 때문에 한 번 장을 볼 때 많은 물품을 사는 까닭에 미국에서 건너온 코스트코에는 대량으로 묶어 파는 물품이 많다. 

미국은 자동차 판매량에서 픽업트럭과 SUV의 비율이 매우 높다. 연간 1,700만대 규모의 시장인데 1,200만대가 픽업트럭과 SUV. 픽업트럭 중에서는 미드사이즈 픽업트럭의 인기가 좋다. SUV는 세컨드카로 많이 타는 까닭에 준중형 판매량이 높다. 기름값이 저렴한 덕분에 가솔린으로 굴러가는 픽업트럭을 출퇴근 등의 일상용으로 타고 다니는 경우도 많은데, 튜닝이 되어 있거나 누가 봐도 호화스럽게 꾸민 픽업트럭이라면 그냥 픽업트럭이 좋아서 산 거라고.

전 세계에  SUV 바람이 불고 있다. 포르쉐의 SUV인 마칸과 카이엔이 포르쉐 매출의 절반이 넘는다. 포르쉐의 순수성을 깬다고 골수 포르쉐 팬들에게 많은 비판을 들어야 했던 모델이 오히려 지금은 높은 판매량으로 포르쉐를 먹여살리고 있다. 

링컨도 준대형~대형 SUV 라인업을 보강하기 위해서 에비에이터 출시를 예정하고 있고 내비게이터는 이미 포드의 매출을 책임지고 있다. 캐딜락에서도 대형 SUV인 XT6의 출시를 앞두고 있고 우리나라에도 하반기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슬슬 대형 SUV의 시장에도 훈풍이 불어올 듯하다. 

우리나라는 큰 차를 좋아하는 까닭에 중형 체급의 자동차가 잘 팔린다. 쏘나타, 그랜저는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해도 될 만큼 오래 됐다. 1월에 상용차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판매량을 보이는 모델은 그랜저다. 작년에는 싼타페가 풀체인지 되면서 그랜저보다 1만대 정도 더 팔린 약 9만9,000대를 기록했지만, 그랜저가 아직도 건재하다는 걸 보여준다.

티볼리가 소형 SUV의 시장의 문을 본격적으로 열어 젖혔지만 아직도 주력모델은 중형 SUV다. 동시에 새로운 모델에 관한 목마름을 느낄 시기도 아닐까 싶다. 포드 익스플로러의 선전과 G4 렉스톤의 꾸준한 판매가 이를 보여주고 있으며, 현대마저 새로운 대형 SUV를 출시한 것은 대형차에 관한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쌍용차는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마음으로 렉스턴 스포츠의 장축형 모델인 칸을 내놨다.

기존 모델보다 전장이 310mm나 길어져 전장이 5,405mm가 됐다. 적재용량이 1,011L에서 24.8%P 늘어나서 1,262L가 됐다. 렉스톤 스포츠로도 충분하다고 했던 사람들도 막상 칸의 널찍한 적재공간을 보게 되면 가슴이 두근두근할 것이다. 휠베이스도 110mm나 길어졌기 때문에 탑승객의 주거성 역시 좋아졌다. 

가족을 캡에 태우고 주말이면 산으로 들로 바다로 가는 가장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볼 이유가 더 많아진 셈이다. 적재량이 늘어난 만큼 리어 서스펜션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렉스턴 스포츠 칸의 5링크 코일 스프링을 선택하면 최대 적재량이 500kg이지만, 파워 리프 스프링은 700kg까지 적재 가능하다. 오프로딩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더 없이 좋은 선택지.

렉스턴과 렉스턴 스포츠에 쓰인 4중 구조 강철 프레임이 그대로 들어갔다. 아무리 기술력이 좋아져서 모노코크 프레임도 오프로딩 능력이 좋고 견인력과 적재하중을 잘 견딘다고 해도 마음 먹고 만들어진 프레임의 견고함을 따라가기 어렵다. 고장력 강판도 79.2%나 쓰인 덕에 안정성도 괜찮다. 다만 승차감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적응이 필요할 거다. 길이도 길이지만 전고가 1,885mm나 되기 때문. 싼타페 전고가 최대 1,705mm다. 
 
검증된 사륜구동 기술인 4Tronic이 들어가고 비록 큰 향상은 아니지만 최대토크가 2kg·m 높아져 42.8kg·m이다. 최고출력은 181HP로 동일하다. 편의사양에도 신경을 썼는데 8인치 스마트 미러링 패키지, LD(차동기어 잠금잠치) 등을 트림에 따라 기본적용해 상품성을 높였다. 스마트 드라이빙 패키지에는 AEBS(긴급제동보조시스템), FVSA(전방차량출발알림), LDWS(차선이탈 경보 시스템), HBA(스마트 하이빔), FCWS(전방추돌 경보시스템) 등이 신규 적용됐다.

픽업트럭은 여러 자동차의 장점을 두루 가지고 있다. 이도저도 아니라는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자동차를 다목적으로 사용하려는 사람에게는 SUV보다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포터 같은 상용차는 패밀리카로 쓸 수 없지만 렉스턴 스포츠 시리즈는 가능하다. 

주차문제만 해결된다면 일상용으로도 충분하다. 큰 차체와 서스펜션 특성은 저속에서는 부드럽고, 고속에서는 단단하게 느껴질 것이기 때문. 오프로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SUV와는 다른 감성을 경험할 수 있다. 

특정 모델의 인기는 다른 제조사에 용기를 불어 넣어 준다. 시장성이 보인다면 한 제조사가 독점하게 놔두지도 않는다. 올해 포드 F-150이나 쉐보레 콜로라도의 국내 출시를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칸의 판매량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제조사끼리 경쟁을 하면 웃는 건 소비자다. 담합만 하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가격 방어가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칸은 1월 3일 출시된 이후 일주일 만에 1천대가 넘게 계약됐었다. 일단 출발이 좋다. 가격은 파이오니어X가 2,838만원, 파이오니어S가 3,071만, 프로페셔널X가 2,986만원, 프로페셔널S가 3,367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