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입맛에 딱 맞는 시스템+선협물 <디파이언스 오브 더 폴>

키워드 : 판타지, 현대, 시스템 + 선협, 먼치킨, 성장, 레이드, 영어

<Defiance of the Fall>은 영미권 웹소설 연재 사이트 로열로드에서 

무료로 연재되고 있는 레이드물입니다. 

연재 시작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인기몰이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영미권 연재작가 중에선 매우 드물게도 

빠른 연재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혜자스러운 작품입니다. (주당 6회 정도)

개인적으로 판단하건데 한국 판타지 독자 입맛에 

가장 잘 들어맞는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빠른 연재도 빠른 연재지만, 전체 얼개가 매우 익숙한 스타일인데다 

스피디하고 시원시원한 전개와 적절한 사이다가 일품이거든요.

갑작스럽게 지구가 다른 몇 개의 행성과 융합되고, 

전 우주를 아우르는 초거대 시스템의 영향권 아래 편입되면서 

인류는 거대한 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주인공 '잭'은 불운하게도 외딴 섬에 고립되어 힘겨운 생존투쟁을 해야만 하는 처지가 되죠.

물론 고생이니 시련이니 그런 건 포장이고 실제로는 다 주인공 성장을 위한 복선입니다만...

이 작품은 설정이 엄청나게 방대합니다. 

설정상 전 우주를 아우르는 거대 시스템에 편입된 것이고 

말만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스케일이 어마어마해요. 

주요 사건이 벌어지는 배경은 융합된 지구를 포함한 일개 행성에 불과하지만 

그 너머에 우주적 스케일의 광활한 세계가 펼쳐져 있어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감을 갖게 만들죠. 

소위 시스템이 등장하지만, 주인공에게 온갖 이득 다 주기 위한 사기시스템이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잔혹한 시련을 내리고 약육강식의 진리를 실천하는 

한없이 차갑고 거의 전능에 가까운 그런 시스템입니다. 

그런 '공정한' 조건 하에서도 주인공은 어떻게든 고효율로 성장하며 치고 나가죠. 

약간의 운과 엄청난 노력과 과감한 결단을 통해서요. 

바로 그 때문에 더 성취감이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고요. 

약간의 선협요소가 섞여 있는데, 과하지 않고 딱 적절하게 써먹고 있습니다.

서양에서 중국번역소설들이 유행하면서 자기들이 직접 쓴 선협이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그 핵심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3류 모방작에 그치고 있는데, 

이 작품은 그런 우를 범하지 않고 중국선협물의 장점은 받아들이되 

단점은 쳐내면서 자기류로 재해석해서 제한적으로 써먹고 있죠. 

이 작품에서 제가 가장 높이 평가하는 부분입니다.

단점이라면 '캐릭터'가 좀 약하다는 겁니다. 

주인공은 상당히 건조한 캐릭터고, 히로인은... 정히로인이랄 만한 캐릭이 아직 없네요.

후보는 있었는데 매력도 떨어지고 삽질도 좀 해서 

원래도 비중이 적었지만 최근 들어서 더욱 더 비중이 줄어들고 있고.

오히려 악역이나 조연들은 더 인상적이고 개성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뭐 그거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죠. ;;;

그리고 주인공이 좀 마분지맛이 나긴 해도 읽다보면 정이 듭니다.ㅎㅎ

쌓인 분량이 상당한데, 아마 앞으로 남은 분량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깔린 복선만 해도 단기 장기 포함해 한참 남은데다 세계관 스케일을 고려하면 

학사신공급으로 분량이 뽑혀도 이상하지 않을 듯 하죠.

저야 재밌게 보고 있으니 길게 길게 써주면 감사할 따름... 

집필 느린 작가가 구상만 방대하면 답이 없지만, 이 작가님은 집필속도도 아주 빠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