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 고종대왕 일대기 리뷰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를 100편까지 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장단점이 확실해 호불호가 갈릴 만한 소설 같네요.

일단 장점으로는 주인공이 욱하는 성질이 강해 사이다 좋아하는 분들에게 맞을 것 같습니다.

제국주의 시절 변방국가의 군주가 수모를 참는 것보다는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하는 일이 많네요.

또한 만주를 얻고 베이징도 점령하는 등 소위 국뽕 요소 역시 확실합니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국제정세에 대한 묘사가 주를 이룬다는 것 역시 장점으로 볼 수 있겠네요.

다만 조선 국내의 개혁은 상당히 묘사가 부족합니다.

주인공이 당시 조선에 맞는 근대화를 한다기보다는 본인이 살던 대한민국을 조선에 끼워맞추는 형식입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 무슨 준비기간이라거나 사전 조사라거나 하는 것들이 굉장히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고종의 결혼식에서 이하응이 토지개혁에 대한 깜짝 발표를 합니다.

고종 이전 마지막 양전사업이 숙종 때 이루어졌으니 무려 140여년 전 일입니다.

토지개혁 이전에 어디에 있는 어떤 토지가 개혁대상인지부터 정해야 하는데 140년 전 자료로 할 수는 없으니 당연히 토지개혁을 하려면 양전사업부터 해야겠죠.

그렇다면 당연히 양전사업에 대한 묘사가 있었어야 합니다.

그런데 소설 속에서의 묘사는 우리가 교과서에서 이랬다더라 하는 것을 읊고 반응이 어땠다더라 수준에서 끝입니다.

징병제 역시 마찬가지로 징병제를 실시할 거고 이런 식으로 복무하면 된다 발표하고 양반들의 반발을 보여주는 것이 다입니다.

징병 대상 인구에 대한 조사라거나 농사 지으라고 농한기에나 있던, 혹은 군포로 대체하던 군역을 징병제로 바꾸면서 있을 농가의 반발, 징병제로 확대될 군대를 유지할 예산에 대한 묘사가 전혀 없습니다.

당장 시위대가 호랑이 잡으러 다닐 예산은 사냥 부산물로 충당한다거나 군복을 검은색으로 맞춘 이유가 염색할 때 저렴하다는 등 재정에 대한 묘사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이 소설에서 징병제에 대한 예산만 묘사가 없다는 건 작가가 의도적으로 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네요.

어떤 개혁을 시행할 것인가는 있어도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에 대한 묘사가 빠져 있는 것이 이 소설의 최대 단점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작가도 답이 안 나오는지 돈 없으면 옆 동네 호구인 청나라 털면 되지 정도로 타협한 것 같습니다만...

개인적인 심정으로는 이와 비교하면 모르핀 맞고 술 취한 상태로 말 타고 돌격하는 13살 군주는 그럴 수도 있다 싶... 아니 이것도 말이 안 되긴 마찬가지 같군요.

무튼 국제 정세나 전쟁 같은 경우도 지나치게 운이 따라주는 전개기기는 하지만 확실히 국내 일을 다룰 때는 부족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75화까지만 읽으려다가 국뽕이 터지던 때랑 겹쳐서 어떻게 100화까지는 읽었지만 저는 굳이 더 읽을 마음은 안 드는 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