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강아지의 시간

나를 키운 건 8할이 외로움이다. 서른 살이 될 때까지도 항상 외롭고 쓸쓸했다. 친구도 없고 가족과의 사이도 좋지 않았기에 나는 항상 마음을 의지할 곳을 찾으며 살아왔다. 그러다 서른 살 여름 어느 무덥던 밤, 길에서 깡마른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주웠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였을까? 나는 그 고양이를 거두기로 결심했다.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그 아이의 눈에서 살고자 하는 의지를 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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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는 고양이 키우는 걸 반대했다. 그래도 이 아이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입양 보내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독립을 선택했다. 사회 초년생이었기에 좋은 집은 구하지 못했다. 햇빛이 들지 않는 10평 반지하가 나와 이 아이의 첫 집이었다. 이름 촌스럽게 지으면 오래 산다고 하여 감자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연약했던 감자는 그 집에서 몇 번이나 위험한 고비를 겪었다. 이름 덕분이었을까? 감자는 늘 고비를 힘겹게 이겨냈다. 나는 감자가 아프지 않길 바라며 최선을 다해 살려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감자를 살린 게 아니고 감자가 나를 살린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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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죽어도 상관없다는 마음을 갖고 살아왔다. 세상에 미련이 없었고 사는 게 지겨웠다. 하지만 감자와 살며 죽음을 두려워하게 됐다. 내가 죽으면 이 아이의 삶도 망가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감자를 살린 게 아니라 감자가 나를 살렸다고 말하는 것이다. 『어떤 강아지의 시간』의 딘과 기브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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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병대 병장으로 전역한 딘 히콕은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비가 내리는 어느 날 죽어가는 개 한 마리를 발견한다. 그 개로부터 느껴지는 삶의 의지를 본 딘은 개의 생명을 구하고 '기브'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당시 딘은 죽음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라크 전에 참전한 후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당시 느꼈던 폭력에 대한 증오와 자신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 그런 딘이 기브를 만나며 기적을 겪게 된다. 분명 처음엔 딘이 기브를 살렸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니 딘 또한 기브를 살리게 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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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브는 딘 못지않은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기브는 마지막까지 선한 본성을 잃지 않는다. 그런 기브를 보며 딘은 기적을 느끼고 영원히 치유되지 않을 거라 믿었던 마음은 치유된다.  작가는 딘과 기브의 여정을 통해 인간 세계의 폭력성을 고발하고, 이런 세계에서도 선한 본성이 숨 쉬고 있음을 말한다. 그리고 개와 사람 사이의 교감과 우정, 사랑의 드라마다. 『어떤 강아지의 시간』은 어찌 보면 뻔한 이야기다. 하지만  사랑이 사라져 가는 메마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기적 같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