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주인공이 흑마법사라는 말만 듣고 거들떠도 안 보던 글인데요.
맨날 해골, 좀비, 구울, 스펙터, 레이쓰, 데스나이트, 본드래곤, 리치 뭐 이런 거 굴리면서
진부해빠진 스토리만 나오다보니 질려서 흑마법사물은 재미가 없더라고요.
근데 <후작가의 망령재림>은 다르네요. 진짜 어둠의 마도를 추구하는 자라는 느낌.
마법관이 상당히 추상적이고 모호한데
그게 '설정부족'이 아니라 '설정의 깊이'로 다가올 정도니
설정에 정말 많은 공을 들였다는 반증이라 할 수 있겠네요.
마법 수십 개 이름짓고 효과 생각하고 계통 및 분류 나눠서
그럴싸하게 보여주기 식으로 내놓는 요즘 유행하는 기계적인 방향성이 아니라
마법이라는 신비하고 위대한 분야에 도전하며 한없는 궁리를 통해
궁극적인 어떤 것을 추구하고 해석해내고자 하는 구도자의 분위기를 잘 살렸달까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통해 마법의 신비함을 표현해내면서도
독자의 이해를 돕기위한 장치도 적절하게 잘 배치해놔서 밸런스가 기가 막힌 게,
설정만 놓고 평가해도 요즘 읽은 판타지 중에 가장 마음에 듭니다.
게다가 스토리라인, 캐릭터, 완급조절, 유머코드까지 다 제 취향입니다.
앉은자리에서 전권결제하고 다 읽어버렸네요.
105화까지 화장실도 안 가고 쭉 달릴 정도로 푹 빠져서 봤습니다.
강추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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