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
: 기본적인 필력이 좋고, 감정 묘사를 잘합니다. 대부분의 이세계 회귀물 주인공들이
이세계로 간 순간 원래 세계는 잊어버린 듯이 행동함에 비해서(이 행동양식을 설득력 있게 만들기 위해서, 대부분의 이세계 회귀물 주인공들은 원래 세계에서 고달프게 살곤 하죠), 이 작품의 주인공은
원래의 세계에 대한 애정과 갈망이 큰 것도 특징적입니다. 물론 이런 종류의 소설이 이뿐은 결코 아니겠습니다만... 어쨌든 주류에 비해서 차별화는 되어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라, 다른 선택지가 되어주는 소설이 있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죠.
이세계 회귀물임에도 과거의 기억들은 주인공이 무언가 이점을 획득하고 성공하게 만드는 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보다도, 주인공의 감정을 건드리는 데 더 치중하고있습니다.
주인공은 원래 살던 세계에 놓고 온 것들, 회귀 전의 이세계에 놓고 온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합니다. 과거에 대한 추억 하나로 지옥 같은 이세계 생활을 견디는 주인공에게서 그 추억을 빼앗는다면? 단순히 잊게 만드는 것을 넘어 추억 속의 인물들의 행동을 변질시켜서 본인이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실제로는 없었던 인물을 그 소중한 추억 속에 섞어 넣는다면? 엄청 가혹한 물음이죠. 그리고 주인공은 그 물음이 담겨 있는 시험지를 받아 들고...
작가가 세계관을 만듦에 있어서 꽤 고민을 많이 한 흔적도 보이고, 남녀 가릴 것 없이 캐릭터들도 매력적입니다. 적어도 어떤 주역 캐릭터들은, 단순히 이야기의 어떤 진행을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할 캐릭터가 등장했다는 느낌보다도 그냥 살아 있는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그래도 이야기로 꾸몄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오랜만에 읽는 정통파 판타지 느낌도 좋았고,
한 화 한 화 분량이 많은 거랑 드래곤 라자 패러디가 한 번씩 나온다는 점도 이영도 팬인 제겐 소소한 즐거움이 되었네요.
단점
: 일단 제목이 매우 별로입니다. 어그로를 제대로 끄는 것도 아니고 이 작품의 매력을 설명해주는 것도 아니고... 후샏. 안 보이는 투명츄도 그렇고, 내용에 비해 제목이 구린 작품의 작가 분들은 좀만 더 제목 짓는 데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흥행을 위해서는 엄청 중요한 부분인데요.
호흡이 요즘 웹소설에 어울리지 않게 긴 편입니다. 과거를 떠올리고, 무의식에 침잠하고, 감정을 표출하고, 주변 인물들과 대화하고 싸우고... 전부 '이야기 전개에 꼭 필요하다면' 들어가야만 하는 요소들이고, 기왕 들어갔다면 잘 써야만 하고, 이 작품은 그런 것들을 꽤 잘 썼다고 생각합니다만, 때로는 이것이 너무 잦거나 길다고 느껴집니다. 저는 이것이 작품 자체로만 보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좋아합니다만 일반적으로 한 편 한 편 따라가는 웹소설 장르에 어울리는 특성인가 생각하면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주인공이 좀 짜증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의 정신은 때때로 대단히 불안정해지거든요. 자기 자신이나 남에게 그렇게 솔직하지도 않고,
냉정하게 말해 중2병적인 부분도 있고,
어찌 보면 소녀적이라고까지 할 정도로 특정 키워드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겉으로는 가볍고 유쾌하게 굴고 말장난도 많이 치지만, 어떤 때는 그게 실은 고통에 찬 절규처럼 보이기도 하고...
사실 주인공의 그런 모습이 짜증난다고 생각하는 분들조차도 아마 주인공이 그렇게 정신적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는 동의하시리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당위는 당위고 짜증은 짜증이니, 아무래도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겠죠.
그래도 모든 면에서, 갈수록 좋아지기는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내적인 갈등이나 인간적인 모습이야말로 매력적이라고도 생각하구요.
이 작품은 좋은 작품입니다. 자신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대중적인 인기도 끌 수 있을 만큼 좋은 작품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지는 못했더라도 자신의 장점을 잃어버리지 않고 계속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은 좋은 작품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매우매우 좋아하고 오래오래 연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작가가 다음 작품을 쓴다면 그 다음 작품은 이보다는 좀 더 트렌디하고 인기를 끌 수 있는(달리 말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폭넓게 사랑 받을 수 있는) 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쌓아올리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작가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하구요.
(유머)
보배드림에서 난리 났었던 쿠팡이츠 거지
(34)
도서 월간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