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를 연주하는데 있어 성별이 다름으로 인한 차이는 크게 드러나게 됩니다.
손 크기, 힘 이런 피지컬적인 부분에서요. 그래서 피아노 연주자들은 신체적 특징에 맞춰서 본인에게 적합한 피아노 습관을 기르고, 추구하는 음악을 연주하게 되죠. 그리고 이시윤은 끊임없이 훈련하고 노력해서 자신만의 소리를 완성했었지만 빙의를 하게되며 그 소리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고뇌하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메인 주제입니다.
필력도 상당히 좋지만 무엇보다도, 음악이라는 주제를 상당히 퀄리티있게 다룬거 같아요.
음악 장르에서 이렇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처음은 이 소설이 처음입니다.
(신의 노래 같은 경우는 성장 보다는 문어발식 천재를 보는 느낌이라... 아이쿠 처음 연주하지만 정말 잘하는걸~~?)
TS가 거슬리는 분들이 있을텐데 여기서 로맨스는 5%도 안나오니까 걱정 안하셔도 되요.
(연인 후보가 남자 1명, 여자 1명이긴 하지만 ㅋㅋㅋㅋ 아직 잘 모르겠네요...)
단점도 물론 있긴한데
무료 작품
이니까 일단 보셔도 후회하진 않으실겁니다
글쟁이s님이 이 작품 극찬하시면서 리뷰 쓰셨으니까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거 같네요.(스포 많음)
제 글 다 읽은 다음에 읽으세요
뭔 말하는지 이해가 안가신다면 소설 내용을 약간 읽어보시면 이해하기 좋을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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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들은 한 곡을 마주할 때 세 단계 정도 과정을 거친다.
첫째로, 틀리지 않고 템포와 음표를 정확하게 맞춰 완주하는 단계.
두번째로, 셈여림과 지시에 맞춰 음악성을 완성하는 단계.
보통 여기서 곡을 완성했다고 말하곤 하지만 조금 더 높은 수준을 넘보려면 세 번째 단계를 생각해야만 한다.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자신만의 소리를 낼 수 있는 단계.
...
침묵속에서 마음을 다잡았다. 러시아인으로 살기로 마음 먹고 지금까지 잘 참아오지 않았는가.
한국을 그리워한다든지, 타티아나로서 보여선 안 되는 이상한 행동들은 되도록 삼가야 했다.
물론 한승우를 도와주고, 라면을 좋아하고, 에르네스트에겐 박 교수님을 시사하는 한국인 교수에 대한 언급을 하기도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선 안 되는 것이다. 내가 나 자신에게 온전히 허락하고 고집을 부릴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음악 뿐이었다.
....
"도대체 그 해석은 어디서 가지고 온 게냐?"
"그렇게 듣기 안좋나요...?"
"듣기 좋고 안 좋고가 아니라 애초에 너한테 안 맞아."
"..."
그 어떤 비난에도 침착하던 타티아나가 크게 동요했다. 무표정으로 침묵하고 있었지만 쿡 찌르기만 해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 보였다. 구세프는 그 변화를 똑똑히 지켜봤다.
타티아나는 그 특유의 이상한 해석을 덧붙이길 좋아했고, 그 결과로 찾아낸 것을 공격당하면 가장 크게 상처받았다.
구세프는 그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더욱 비아냥거렸다.
"엉망이다. 엉망. 이따위로 할 거면 때려치우거라. 피아노. 차라리 작곡가를 하면 대성하겠군."
"..."
"넌 기본이 안 되어 있다. 네겐 예술에 대한 존경이 결여되어있어. 오로지 자신이 하고싶은대로 하기 위한 도구로 쓰고 있을 뿐이지."
"..."
타티아나는 대꾸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이 고집불통 꼬맹이 같으니.
이를 악물고 피아노만 바라보고 있는 타티아나를 보며 구세프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타티아나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러면 안 되나요...?"
"뭐?"
"제가 어떤 사람인지 증명하기 위한 도구로 쓰면 안 되는거예요?"
참담한 울음소리가 처음으로 타티아나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안다. 나도 잘 안다.
현재 음악을 대하는 내 동기는 매우 불순하다. 오로지 나 개인의 사적인 이기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것은 음악가가 지녀야 할 동기 중엔 굉장히 지엽적인 것에 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사용 할 수 있는 도구는, 무기는 오로지 음악뿐이었으니까.
"저한테 남은건 이제 이것 뿐인데..."
음악을 그렇게 사유화하면 안 된다는 것은 알지만, 이것마저 욕심부리지 않고 놓아버리면,
정말 나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
"네 몸은 자연스럽게, 네가 할 수 있는 음악을 향해 나아가고 있어. 그냥 내버려두면 될 일을, 그걸 네 정신이 자꾸 뒤틀고 있다."
"그걸 어떻게..."
"네 스스로 말하지 않았느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중얼거린 단편적인 몇 마디만으로 구세프 선생님은 상당히 진실에 근접해가고 있었다.
재떨이에 담배를 두드리며 구세프 선생님이 나에 대한 평가를 정리했다.
"자꾸 마음에 안 든다고 제동을 걸고, 곡이 더 이상해지고, 더 마음에 안 들고. 그러니 곡이 자꾸 이상해지는게다. 악순환이 계속되는것이지."
"하지만... 공부를 계속 하면 음악도 바뀌지 않나요?"
"정신력이 전부는 아니지. 기본적으로 네게 부여된 것들은 바뀌지 않아. 네 말은 의지력으로 눈동자 색이나 지문을 바꾸고 싶다는 말과 똑같다."
말문이 막혔다.
가끔은... 절대 불가능한, 무의미한 일을 가지고 방황하고 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할 수 있는것은 결국 이 몸의 주인, 타티아나가 할 수 있는 것에서 그쳐야 할 지도 모른다.
기본적인 골격, 운동신경, 인대의 강인함, 팔 길이, 손의 크기, 손가락의 유연함, 손 끝의 모양새와 두께 등등
피아니스트에게 필요한 신체적 조건들은 노력으로 얻어낼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얼마간이라도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어 상당한 테크닉을 되찾았지만, 소리만큼은 되돌아오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면
난 아예 헛짓거리를 하고 있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반 년이란 시간은 고민하기엔 길지만 결정을 내리기엔 짧았다.
난 아직도 고민중이었다.
정말 내가 불가능한 일을 하는 중인가? 할 수 있지도 않을까?
"하지만 전 실제로 부분적으로는 찾아내기도 했..."
"현실적으로 보자."
구세프 선생님은 담배를 한 모금 빨더니 반박했다.
"네가 연주할 수 있는 수백 곡들을 이어붙이면 최소 수십 시간은 되겠지. 그런데 거기서 몇 초를 찾아냈다고 그게 네 것이라 생각하느냐? 단순히 운이 좋아서 얻어걸렸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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