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인공은 11년 동안 섬에 갇혀있다가 탈출했습니다. 이 소식은 나중에 필리핀 언론에서 단신으로 다뤄졌다 하는데, 이상하게 한국 언론에서는 아무런 관심조차 가지질 않습니다. 왜냐하면, 주인공이 입국할 때 공항에 기자라고는 한 명도 없었으니까요. 이게 더 의아한 건, 윤일해 외교관의 2010년에 있었던 사건 회상 때문입니다. 사이판에서 중국인이 무차별 총격을 가했고 한국인 피해자가 생겼습니다. 미국 본토에서는 관심도 없는 이 사건 취재를 위해 한국 기자들이 사이판까지 날아갔습니다. 그런데 왜 이번 사건은 아무 반응이 없는지 의아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조난자가 구조되었다는 기사는 어디에도 없었다.'
작가님 역시 인지하는 상황인데 왜 이렇게 서술하신 걸까. 뒤에 이유가 나오는 건가? 의문을 품은 채 계속 읽었습니다.
2.
윤일해 소장이 열심히 일하는 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을 돕는 방법이 조금 의아했습니다. 어떤 정부기관과 연결해 지원하는 게 아니라, 외교관이 아는 변호사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도와주라고 말한다? 저는 조금 의아했습니다. 기관이 어떤 식으로 일처리 하는지 몰라서 생기는 의아함일까요?
3.
작품에서 묘사하는 양선화 변호사는 이러합니다. 봉사 정신이 투철해서 무료 변론을 즐기는 유형의 변호사는 아니라고. 오히려 업계에서도 독하기로 소문났으며, 자기 몫을 당당히 요구하는 여장부라고. 이런 변호사가 동정심 때문에 주인공을 무료봉사나 다름없는 수수료로 도와줍니다. 봉사 정신이 투철했다고 설정했으면 더 자연스레 받아들였을 것 같은데, 왜 아니라고 말하면서 정작 주인공을 잘 도와주는 건지 의아했습니다. 작품에서 말하길, 그냥 이상하게 정이 갔다고 말하네요.
4.
주인공은 격투기 도장에 등록한 뒤, 그 사실을 양선화 변호사에게 알리지 않습니다. 물론 물어보지 않은 걸 굳이 답할 필요는 없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굳이 말하지 않을 이유도 없는 상황으로 생각하여 의아함을 느꼈습니다. 아마도 앞에서 느낀 의아함 때문에 더 두드러지게 느낀 것 같습니다.
5.
『사이판에서 처음 윤일해를 만났을 때 건우는 영화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을 했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었다. 문제는 정작 영화배우가 어떤 건지, 혹은 영화배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그가 전혀 모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주인공은 섬에서 연극배우보다는 영화배우가 낫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영화배우가 뭔지를 모른다는 서술에 의아함을 느꼈습니다. 어떻게 되는지를 모르는 건, 그 구성원에 영화배우가 없으니까 그러려니 합니다. 하지만, 영화배우가 어떤 건지를 모른다고 표현하는 건 이해가 잘 안 되었습니다.
6.
주인공은 격투기 도장에 같이 다니는 형, '박상호'와 스파링을 하게 됩니다. 상호가 주인공에게 처참히 깨진 후, 둘은 저녁식사를 함께하게 되죠. 그리고 이어서 카페에 들리는데, 그제야 주인공은 상호에게 묻습니다. 몸은 괜찮으냐고 말이죠. 식사했을 때 나왔어야 할 대화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러려니 하면서 넘길 수 있지만만, 계속 가지고온 의문이 이 장면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7.
주인공은 한예종 입학시험에 응시합니다. 1차 실기는 주인공이 섬에서 배운 셰익스피어 연극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합격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2차 실기는 조금 의아했습니다. 한명훈 교수가 주인공의 연기를 보며 생각합니다. 기초는 탄탄하다. 그런데 주인공이 미필이니까 그렇다 쳐도 어머니에 대한 애절함을 느낄 수 없는 게 의아하다고. 그러면 주인공에게 남은 건 탄탄한 기초가 아닐까요?
"연습을 많이 한 흔적은 보이지만 대사는 조금 더 가다듬어야겠어. 발음이 또렷하고 발성과 호흡의 깊이도 좋아. 누구한테 배웠는지는 모르지만 기초가 튼튼하다는 얘긴데, 이상하게 대사의 전체적인 조화가 부족해."
한명훈 교수는 1차 실기에서도 비슷한 평을 했습니다. 튼튼한 기초, 하지만 조화가 부족한 대사. 그래서 저 역시 의아했습니다. 도대체 주인공이 왜 스포트라이트 받는 건지 모르겠으니까요. 한명훈 교수는 심사를 보면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습니다. 요즘 연기학원이 많이 생겼다던데, 거기서 다들 배우고 오냐면서 말이죠. 본인 스스로도 응시자들(?) 연기가 늘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때는 불편함을 내비친 한명훈 교수가 기초만 탄탄한 주인공을 특별하게 평하는 건 개인적으로 아리송했습니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연기하면 주위가 서늘해지고.
주인공이 연주하면 모두가 주목하고.
이걸 보면서 제 취향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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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는 또 다를 수 있으니까 조금 더 읽어보고 판단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내용으로는 작가님과 제 생각이 많이 다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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