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주의 *
조진행 님 글은 최근 두 작품 말고는 다 읽어봤습니다.
후아유는 작가님 이름 믿고 참고 또 참으며 보다가 8권인가 9권쯤에서
분노에 차서 욕 한 바가지 하면서 집어던져 버렸던 걸로 기억하고,
질풍광룡은 그냥 여캐 내놓고 망가뜨리고 다음 여캐 내놓고 망가뜨리고
그걸 무한반복하는 것 보고 질려서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안 읽게 되었던 것 같네요.
아직은 빈들 조진행이라는 이름에 대한 기대를 다 버리지 못해서
신작 나왔다길래 읽어봤습니다만 취향이 바뀐 건지 작풍이 바뀐 건지
조진행님 초기작 읽을 때의 그 두근거림과 설렘은 돌아올 생각을 않는군요.
제 취향이 바뀐 게 더 큰 원인이 아닌가 싶기는 합니다만.
일단 제국, 자유도시, 귀족, 자유인, 시대의 변화, 포스의 비밀,
뭐 그런 무거운 주제가 별로 땡기질 않네요.ㅎㅎ
가벼운 글만 읽다보니 그런 것도 있고 어차피 나올 내용은 비슷할 것 같아 기대가 안되는 점도 있고.
그리고 전개가 좀 눈에 보이는 느낌도 들고요.
'예카'라는 썰매끄는 여자 나올 때부터 전개가 대충 보이더군요.
아, 미모도 떨어지고 별다른 능력도 배경도 없고 스토리상의 큰 연결고리도 없는데
주인공과의 개인적인 감정적 연결만 강한 걸 보건데
막 굴려도 글 전개에 부담이 덜하면서도 강한 임팩트를 줄 만 한 것 같으니
딱 깨달음 제공용 소모성 캐릭터구나... 마음에 들었는데... 안 죽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어김없이 몇 화 지나니 죽더군요. 그럴 것 같더라고요.
(비슷한 유형으로 구무협에서 주인공이 방황하다 만나서 마음의 위안을 얻는 기녀들이 있죠. 툭하면 죽음...)
뭐 제가 예언가도 아니고 초반이라서 많은 게 보이는 건 아니지만
주인공은 고생고생하다 얻은 깨달음을 통해 아키텍처로 성공을 거둘 테고
그렇게 승승장구하다가 보이지 않게 머리 위를 막고 있는 유리같은 현실에 부딪혀 겁나게 깨질 테고,
중간에 들렀던 항구도시에 은둔을 해서 샐리랑 지지고 볶으며 서점에 틀어박히던가
남부로 낙향을 해서 가족들에게 구박받으면서 지내던가 해서 따뜻한 현실에 안주했다가
그 일상을 위협하는 외부의 힘에 다시 한 번 시련을 겪고 소중한 존재를 잃거나 중요한 장소가 없어진 후에
2차 슬럼프가 찾아와 방황을 하다가 깨달음 제공용 캐릭터 제2호(유력후보는 넬리)와 만나서 마음을 다잡고
다시 떨치고 일어나 자유민이니 뭐니 힘을 쓰지 않을까 싶네요.
아님 말고.
ㅎㅎ
어쨌든 분량이 많이 쌓이면 평가를 보고 읽어야겠어요. 지금은 보류.
분위기도 무겁고 배경도 심각하니,
딱 봐도 주인공 굴리기 시전할 일이 대여섯 번은 더 남은 것 같은데
초기작에선 굴려도 잘 굴리더니 후아유부터는 굴리는 것도 참 발암스럽게 굴리더라고요...
제가 그걸 버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음.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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